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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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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판 기사 대응은 신선하다.
선관위는 “대통령선거일 120일 전까지 대선 입후보 예정자의 언론 인터뷰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대선주자 인터뷰 기사를 보도한 본보를 비롯한 언론사에 인터뷰 보도 중지 촉구 공문을 보냈다. 본보가 선관위의 공문은 ‘취재 자유 및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고 지적하자 많은 언론이 비판에 가세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선관위는 긴급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열고 5시간 동안 마라톤 논의 끝에 ‘선관위의 법 해석은 틀림없지만 동아일보의 비판은 일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관위는 결국 언론의 대선주자 대담 보도를 상시 허용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자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국회에 개정 의견서를 보낸 28일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본사를 찾아 “동아일보가 공직선거법의 문제점을 잘 지적해 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을 적이 아닌 파트너로 인정하고, 비판 보도를 훼방이 아닌 조언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만약 선관위가 “언론이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한다”며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대선후보와 언론사들이 혼란에 빠질 뿐 아니라 ‘알 권리’ 논쟁이 확산되면서 선관위의 위상이 추락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선관위와는 달리 대부분의 정부 부처는 여전히 ‘청와대 따라하기’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당한 비판을 수용하기는커녕 명백한 정책 실패를 언론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이달 초 대통령비서관이 “하이에나 행태로는 정론지가 못 된다”며 특정 신문사를 공격하는 글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최근 공정거래위원장은 “악의적인 보도에는 악의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언론을 “특권집단”이라고 규정했다.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는 게 국가 발전에 득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선관위의 태도가 새삼 돋보이는 이유다.
장강명 정치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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