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IN&OUT]‘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요지경 입주민들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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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월세 아파트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외국에서 온 비즈니스맨, 자녀 없는 맞벌이 부부, 전문직 독신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서울 도심의 한 서비스드 레지던스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K 씨가 현장에서 겪은 일이다.

한번은 중동 출신의 비즈니스맨이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할랄 푸드(Halal Food)’를 구해 달라고 요구했다. 할랄 푸드란 이슬람교 의식을 거쳐 도살한 닭고기, 양고기, 쇠고기 등을 말한다.

K 씨는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서울 이태원에서 이 고기를 어렵게 구했다. 푸줏간 주인은 아랍어 주문을 외운 뒤 할랄 의식을 거쳤다는 증표가 찍힌 종이를 함께 싸 줬다.

올해 여름에는 매일 60∼70명의 외국인 입주민이 저마다 큰 수건과 의자를 들고 옥상에 모여 선탠을 즐겼다. 그 바람에 K 씨 등 종업원들은 18층 옥상을 오르내리며 이들에게 서비스하느라 진땀을 뺐다.

지난해 10월엔 70대 노부부가 월세 300만 원의 19평짜리 방에 입주했다. 이들은 주말에만 이곳을 이용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더니 “집은 따로 있는데 다니는 종교시설이 여기서 가까워서…”라며 “노인용 실버텔도 생각해 봤는데 이왕이면 젊은이들이 많은 곳이 좋잖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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