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효숙 정연주 처리가 신뢰 회복의 잣대다

  • 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안보 불안에 ‘부동산 대란’이 겹쳤다. 총체적 국정위기 상태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전효숙·정연주 카드’까지 고집해 정국 혼란을 키우고 있다. 두 사람을 끝내 헌법재판소장과 KBS 사장에 임명하려고 무리를 거듭한다면 민심이 더 악화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라도 오기와 집착을 버림으로써 바닥으로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을 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두 자리의 인사 문제는 안보나 부동산과는 달리 대통령이 생각만 바꾸면 파행을 막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전 씨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을 강행할 태세다. 한나라당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제부터 국회의장석을 점거한 상태여서 충돌이 예상된다. 그런데도 밀어붙인다면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지금 나라 사정은 이를 예사롭게 여길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이미 민심의 이반이 심각한 상태다.

본란에서 거듭 지적했지만 전 씨를 임기 6년의 헌재소장에 앉히기 위해 헌재 재판관 직을 사퇴케 한 것부터가 헌법정신을 파괴한 원천적 하자(瑕疵)다. 또 현직 헌재 재판관이던 전 씨가 헌재소장 편법 내정을 뿌리치지 않고 승낙한 것도 결격사유다. 헌재소장 임명이 정당성을 갖지 못하면 헌재의 모든 결정이 위헌 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그런 헌정질서 위기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대통령의 결단에 앞서 전 씨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옳다.

정 씨도 마찬가지다. 편파 방송과 부실 경영 탓에 다수의 KBS 직원이 연임에 반대하고 있다. KBS 노조는 임명 제청 절차가 원천적으로 잘못됐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그런데도 정 씨를 다시 사장으로 앉히려는 것은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 방송’을 특정 정파에 이롭게 ‘이용’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공정한 선거관리자여야 할 대통령이 불공정 시비를 자초하고도 국정 안정을 꾀할 수 있겠는가.

입에 발린 반성과 “앞으로 잘하겠다”는 다짐은 백번 해도 소용없다. 대통령이 진정 나라를 걱정한다면 전효숙·정연주 카드라도 거둬들여야 한다. 이런 구체적 사안에서 민의와 순리를 따라야 신뢰 회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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