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특집]‘시스템 트레이딩’ 가치중시 정석투자엔 부적합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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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주식투자, 모든 것을 알아서 해 줍니다.’

각 증권사들이 자사의 시스템 트레이딩을 홍보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이런 홍보는 문자 그대로만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시스템 트레이딩을 사용하면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컴퓨터가 알아서 때를 맞춰 주문을 내 주기 때문이다.

복잡한 주식투자에 사람이 머리 싸맬 필요도 없고, 종목이나 차트를 공부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시스템 트레이딩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리고 한없이 이 시스템 트레이딩을 믿고 돈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투자 원칙을 지켜주는 기계적인 매매 방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떼돈을 벌게 해주는 요술 상자가 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전체 자산 가운데 참고 삼아 약간을 투자하는 정도로 만족해야지 기계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 시스템 트레이딩의 원리와 장점

시스템 트레이딩의 원리는 간단하다. 기계가 미리 주문을 내는 조건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 조건에 해당하는 종목이 나타나면 저절로 주문을 내는 식이다.

예를 들면 ‘시가총액 500억 원 이상 종목 가운데 사흘 이상 양봉이 나타나면 매입’이라는 조건을 기계에 입력해 놓았다면 이런 종목이 나타나면 무조건 매입에 들어간다.

그리고 ‘5일 이동평균선과 20일 이동평균선 사이에 데드크로스가 나타나면 매도’ 라는 조건을 입력했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자동적으로 주식을 팔게 된다.

시스템 트레이딩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번 정한 원칙을 예외 없이 지킬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 실패를 거듭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해 놓은 투자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10% 하락하면 손절매를 하기로 해 놓고도, 막상 그런 종목이 나타나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며 머뭇거리다 손해를 키우는 일이 많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이런 ‘인간의 나약한 본성’이 개입할 여지를 완전히 차단함으로써 적어도 투자 원칙 하나만은 칼같이 지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기계에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다

하지만 시스템 트레이딩은 근본적으로 기업실력(펀더멘털)을 기초로 한 정석투자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주가의 변화에 따라 정해진 원칙에 의해 주식을 사고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기업을 꼼꼼히 분석하고, 기업 가치에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오랫동안 기업을 믿고 투자하는 정석투자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또 시스템 트레이딩은 근본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런 투자도 ‘모멘텀 투자’로 불리며 어엿한 하나의 투자 기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주식투자에는 모멘텀 투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펀더멘털 투자의 정석은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종목을 사서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사람에게 시스템 트레이딩은 애초부터 맞지 않다.

또 아무리 잘된 시스템이라도 공부하고 노력하는 인간만큼 성적을 올리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 결국 주식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시스템 트레이딩은 투자 자금의 일부만 운용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주요 증권사의 시스템 트레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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