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불혹 앞둔 탈영병 “전역 命받았습니다”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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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인 1988년 7월 경기 의정부 제2군수지원사령부 예하의 급양(給養) 부대에서 복무하던 이경환(39·당시 21세) 씨는 여자 친구 문제 등으로 부대를 탈영했다.

이 씨는 탈영 후 체포될까 두려워 집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바람에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살던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 아직도 소식조차 모른다.

가명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공사 현장과 가내수공업 공장 등을 전전하며 숨어 지내던 이 씨는 탈영병이라는 약점을 눈치 채고 월급을 주지 않는 일부 업주의 ‘횡포’도 감내해야 했다. 주민등록도 말소됐고 은행에 통장도 개설할 수 없었다.

결국 이 씨는 올 7월 초 다니던 핸드백 공장 사장의 권유로 군 당국에 자수했고, 8월 중순 만 39세의 나이로 탈영 당시 계급인 상병으로 소속부대인 제2군수지원사령부에 복귀했다. 부대 측은 이 씨가 그간 겪은 고통 등을 고려해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건의했고, 이 씨는 한 달간의 재복무 끝에 이달 7일 전역했다.

1986년 9월 입대 후 20년 만에 전역하게 된 이 씨는 다음 달 발간될 부대 소식지에 “군 생활이 힘들 때면 나이 마흔이 다 된 이경환 상병을 기억해 달라”며 자신의 사연을 실었다.

이 씨는 “저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가슴에 ‘도망자’라는 낙인을 안고 살았다”며 “지금을 이겨 내지 못하면 작은 시련에도 주저앉는 뿌리 없는 나무가 될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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