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강재섭號, 민의에 답하라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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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어제 전당대회를 열어 강재섭 대표와 4명의 최고위원을 새 지도부로 선출했다. 그러나 ‘구태(舊態)에서 벗어나 5·31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국민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안겨주기에는 부족한 면면이라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당연직 여성 몫인 전여옥 최고위원은 별개로 치더라도 새 지도부 모두가 수구(守舊)와 ‘대안 없는 반대’로 상징되는 이미지를 벗지 못한 얼굴들이기 때문이다.

강 대표만 해도 전력(前歷) 자체가 ‘수구 회귀’와 ‘영남당’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5, 6공 시절 실력자였던 박철언 전 의원이 조직한 사(私)조직 ‘월계수회’의 2인자였고, 민정-민자-한나라당을 거치면서 소속정당 강세지역인 대구에서만 4번 당선돼 “양지만 걸어왔다”는 평을 듣는다. 이재오 강창희 정형근 최고위원도 2002년 대통령선거 패배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지만 “내 탓이오”라고 반성 한번 한 적이 없다.

더욱이 이번 경선은 시종 대선 예비주자들의 대리전(代理戰)으로 치러졌다. 전체 표의 30%를 일반 여론조사에 할애하기는 했지만 ‘당내(黨內) 정치’가 철저히 지배했다. 막판 강 대표의 역전승도 그 산물이다. 후보들은 너나없이 “국민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자”고 외쳤지만 국민과 관계없는 ‘당신들만의 축제(祝祭)’였던 셈이다. 이 같은 폐쇄성으로 과연 한나라당이 범(汎)보수 우파진영을 결속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중심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한나라당에 바란다’는 동영상물을 통해 전당대회장을 울린, 민초(民草)들의 주문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이들은 “경제를 살려야 서민이 산다” “과외 안 하고도 대학 가도록 해 달라” “정치논리보다 경제논리를 앞세워 달라” “국가 정체성을 지켜 달라”는 말을 쏟아냈다. 바로 5·31지방선거에서 여당의 무능과 실정(失政)에 판정패를 안겨준 민심의 소리다. 한나라당은 무엇보다 이런 국민적 요구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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