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全美자동차노조는 살기 위해 투쟁 접는데

  • 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미국의 론 게텔핑거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이 미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적 위기를 거론하면서 ‘노조의 변화와 희생’을 앞장서 외쳤다. 그는 조합원들에게 “새롭고도 긴 안목의 해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제시하는 명예퇴직 조건을 받아들이고 내년 고용계약 협상에서 더 양보하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지난날 UAW는 높은 임금과 수당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더 일찍 찬바람을 맞은 철강 철도 항공 노조원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이젠 UAW도 이들처럼 인력 감축 협약에 서명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미 GM과 포드가 6년간 6만 명 감원을 밝힌 상태다. 4년 임기를 마치고 이번 주말 재선에 도전하는 게텔핑거 위원장이 UAW의 전통인 ‘투쟁’을 접고 ‘양보’를 시사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때마침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자 유치에 나선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도 ‘긴 안목의 해법을 찾는’ 경우라 하겠다. 이 위원장은 그제 주한 유럽연합(EU) 상공인들에게 투자를 부탁했고 28, 29일엔 미국에 가서 투자가들과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인들에게 한국 진출을 설득할 계획이다. 그도 한국기업의 ‘현실’을 알기에 변신을 꾀하는 것 같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 노조는 그제 임금협상의 결렬을 선언하고 어제 조정신청을 내 파업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로써 1994년만 빼고 ‘1987년 이후 매년 파업’이라는 대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몽구 그룹회장의 구속으로 글로벌 경영에 심한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노조의 파업까지 덮치면 현대차의 장래에 파란불이 켜질 것인가, 빨간불이 켜질 것인가.

그러잖아도 앞으로 2, 3년이 현대차 생존의 갈림길이 될 것이란 진단이 많다. 환율 타격 등으로 올 상반기 경영실적이 부진했던 것도 부담이다. 이런 현대차에서 임금 수준과 생산성을 따지면서 노조는 사용자에, 사용자는 노조에 “일본 도요타를 본받으라”고 한다니, 도요타 노사는 경쟁자의 자중지란에 미소 짓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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