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성희]졸리-피트식 저출산 해법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0분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는 내가 이름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미국 배우들이다.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녀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멋진 외모를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사람은 졸리인데, 그것은 그가 여전사나 스파이, 경찰 등 언제나 독립적이고 강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긴 백인이면서도 흑인보다 더 두툼한 입술의 소유자가 연약한 역할을 한다면 어울릴 것 같지 않기도 하다.

최근 이들의 딸 출산 소식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장 아름다운 유전자끼리의 조합’이라는 이 아기의 사진은 엄청난 가격에 팔렸고, 이들은 판권 수입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아기의 출산만큼 궁금한 것은 이들이 과연 결혼을 할 것인가였다. 그런데 이들은 출산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세 아이의 부모로 강하게 맺어져 있으며, 결혼식을 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결혼설을 부인했다. 세 아이란 졸리가 입양한 두 아이를 피트도 입양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배우로서의 인기 관리 때문인지, 이혼의 상처 때문인지, 그새 애정이 식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양적 정서로는 분명 이해하기 힘든 행위이다. 우리식으로 해석하면 콩가루 집안의 전형이다.

요즘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영화 ‘가족의 탄생’도 또 다른 시각에서 가족을 바라보고 있다. 결혼 경력이 있고 나이도 많은 올케, 핏줄이 섞이지 않은 전 남편의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혈연관계 없이도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며 가족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가족의 탄생이란 가족의 해체에서 비롯됨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광경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1.08이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고심하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부는 19조 원을 들여 보육지원 대상을 중산층까지 넓히는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여성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지금까지의 대책보다 진전된 것은 틀림없지만 돈 몇 푼 더 준다고 해서 아이를 낳겠느냐고 여성들은 입을 모은다.

혹자는 이런 ‘출산 파업’의 원인은 모성 결핍 때문이라며 여고생을 대상으로 철 지난 모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모성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잘 키우고, 더 잘 교육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낳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인 것이다.

아이를 낳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부부-자녀 중심의 공고한 가족 체계라기보다는 열려 있는 사회 분위기다. 미혼모 입양아 혼혈아 외국인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세계 최저의 출산국에서 최고 수준의 출산국으로 변모한 프랑스의 경우 혼외관계에서 태어난 아이의 비율이 50%를 넘는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다시 졸리와 피트로 돌아가자. 이들이 한국에서 살았다면 어땠을까. 첫째, 졸리는 캄보디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아이를 입양할 수 없다. 한국에서 독신자는 아이를 입양할 수 없다. 둘째, 유명인인 졸리는 외국에서 출산할 수 없다. 엄청난 비난이 기다릴 테니까. 셋째, 이들은 결혼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상상에 맡기겠다.

정성희 교육생활부장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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