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관희]한일 독도 위기, 美 중재 활용해야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2분


독도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일본이 우리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측량을 철회하는 대신 우리가 국제수로기구(IHO)에 지명 변경 신청을 재고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1998년 잠정 합의된 ‘한일 신어업 협정’을 폐기하고 독도와 오키 섬을 기점으로 새로운 EEZ를 선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신어업 협정이 일본의 영유권 주장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런 방침은 일단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문제는 복잡한 한반도 국제 환경 속에서 우리의 영토와 국가 이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영토는 반드시 수호해야겠지만 그렇다고 감정에 치우쳐 일부러 이웃과의 갈등을 증폭시킬 필요는 없다. 이는 국익에도 반하는 일이다.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강경 태도는 한미 동맹의 균열과 미일 동맹의 강화라는 국제 환경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열강에 둘러싸여 남북이 무장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안보를 유지하고 경제 발전을 지속했던 데는 한미 동맹의 안보 우산이 큰 기여를 했다. 그런데 이 우산에 이상 조짐이 보이자 일본이 그 틈을 파고들어 자신의 국가 이익을 관철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연합하자거나 중국의 힘을 빌려 일본에 대항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남북연합론은 민족이 단합하여 외세에 대처하자는 호소력 있는 주장이다. 이미 북한도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서는 등 남북은 현재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남북이 ‘인식을 같이한다’는 것과 ‘연합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남북간 교류 협력이 증대되고 있기는 하나 북한은 대남 전략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다른 문제는 제쳐둔 채 독도 문제에 대해서만 연합하기에는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힘을 빌리자는 구상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중국과의 건설적 우호관계를 추구하며 일본의 침략적 기도에 함께 대응해야 하겠지만 ‘동북공정’에서 보듯이 중국의 패권주의적 요소도 경계해야 한다. 한쪽의 외세를 견제하기 위해 또 다른 외세의 개입을 불러들이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대한제국 말에 우리가 충분히 경험한 바다. 최근 북-중 간에는 경제적 군사적 동맹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외교적으로도 공동 전선을 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위기를 넘을 것인가? 스스로 결연한 태도를 견지하되 외교적으로는 미국의 중재를 활용하는 편이 현명할 것 같다. 물론 미국도 ‘외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미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적어도 영토적 야심은 없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영토 분쟁과 관련된 사안에서 중대한 차이점이다. 미국은 또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국과 혈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중재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일본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명분으로 한 미국의 중재를 거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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