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은 납북자 한 명에 온나라 들끓는데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橫田惠)의 남편이 1978년 8월 전북 선유도에서 납북된 김영남(당시 16세·고교생) 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1986년 북에서 결혼해 김혜경(18)이라는 딸까지 낳았다. 요코타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씨 부녀는 살아 있다. 김 씨는 ‘김철준’이라는 이름으로 남파 간첩 교관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을 우리는 일본 정부로부터 들었다. 김 씨의 노모(82)는 아들이 죽은 줄 알고 28년 동안 제사를 지냈다. 일본 정부가 아니었다면 아들의 생존 사실을 모른 채 눈을 감았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나날이 늘어나는 세금을 내야 하고 젊은이들은 군(軍)에 간다. 2002년 서해교전에서 그랬듯이 북한과 충돌이라도 벌어지면 꽃다운 목숨도 기꺼이 바친다.

일본은 요코타의 납북과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총리에서부터 관련 부처 공무원들까지 4년간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002년 9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납북 사실을 확인받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무얼 했는가. 문제 제기는커녕 ‘납북자’라는 말조차 입에 올리지 못했다.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이제 와서 북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해 주고 이들을 데려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대북(對北) 경제 지원 또한 세금에서 나간다. 납북자 문제를 방기(放棄)하더니 결국 세금으로 해결하겠는 생각뿐인가.

외교통상부는 일본 정부로부터 DNA 분석 결과를 통보받고서도 “일본이 조사 결과에 대해 ‘확정’이라고 말한 적이 없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만 했다”며 “자체 조사를 해 결과가 나오면 대응하겠다”고 한다. 북의 위폐 사건에 대해 보였던 반응과 어쩌면 이리도 닮았는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북에 이렇게 비굴한가. 그렇다고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개선의 실마리라도 얻어 냈다면 말해 보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