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3·1절 골프’ 파문]영남제분 자사주 ‘이상한 거래’

  • 입력 2006년 3월 14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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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제분이 지난해 11월 25일 한꺼번에 팔아 치운 자사주 195만 주를 사들인 기관투자가는 어디일까.

영남제분은 이 주식을 D증권 창구를 통해 7개 기관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해찬 총리 ‘3·1절 골프’ 파문

영남제분과 D증권 모두 주식을 인수한 기관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본보는 이 가운데 한 기관투자가를 확인해 인수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자사주를 인수했던 A투신 관계자는 “자사주 25만 주(1.2%)를 사들인 것은 맞지만 1주일 안에 모두 처분했다”고 밝혔다.

본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A투신을 포함해 주식을 인수한 기관 7곳은 지난해 12월 27일 이전에 대부분 주식을 팔아 치웠다.

영남제분이 팔아 치운 자사주 195만 주는 전체 발행 주식의 9.37%에 해당한다. 이를 7개 기관에 나눠 팔았다면 최소한 몇 곳은 1.15% 이상 지분을 갖고 있어야 하지만 감사보고서에는 이런 기관이 나와 있지 않다.

영남제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11월 25일 자사주를 몰래 팔아 치웠고, 이를 인수한 기관 대부분도 한 달 안에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이 때문에 영남제분이 팔아 67억 원의 차익을 챙긴 자사주 195만 주의 행방은 검찰 수사 없이는 파악이 쉽지 않게 됐다.

○기업가치 주당 5000원 안되지만 샀다

주식을 인수한 7개 기관 가운데 확인된 곳은 A투신 한 곳뿐이다. A투신은 업계에서 중위권 정도로 평가받는 회사.

A투신은 “영남제분이 자사주를 시가보다 2.3% 싸게 장외에서 팔겠다고 해서 단기투자 목적으로 산 것”이라고 밝혔다.

영남제분 주식 1.15∼2.09%를 보유하고 있는 R증권과 D사, K 씨 등은 모두 “장내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주식을 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사주를 사들인 7개 기관에 속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A투신 등 7개 기관은 영남제분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식을 사고팔 때 공시할 의무가 없다. 결국 이들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주식을 팔았는지는 검찰 수사 없이는 확인이 쉽지 않다.

의문점은 7개 기관이 왜 영남제분 자사주를 샀고 급하게 팔았는가 하는 것이다. 한 달도 안 되는 주식 보유기간은 대개 2, 3년 장기 투자하는 기관투자가의 일반적인 투자 행태로 볼 때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배당 포기하고 7개 기관 모두 팔아

당시 영남제분은 바이오기업 네오바이오다임을 인수한 것이 호재로 작용해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도 아닌 기관들이 하루에도 15%씩 등락을 거듭하던 바이오 관련 주식에 단기 투자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회사는 하한가를 치면 하루에 15%나 주가가 떨어진다. 게다가 A투신은 스스로 영남제분의 기업가치가 주당 5000원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단지 시가보다 2% 정도 싸다는 이유로 5000원에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는 것.

7개 기관 대부분이 주식을 산 지 한 달 안에 약속이나 한 듯 모조리 팔아 치운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영남제분의 주당 배당금은 150원. 따라서 12월 27일까지 주식을 보유했다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다. 배당을 포기하면서까지 주식을 급히 처분한 것에 대해 의문점이 남는다.

○개인투자자는 이런 사실 몰라 큰 피해

개인투자자 모르게 진행된 이 같은 거래로 인해 피해 규모도 커졌다.

영남제분의 12월 말 주가는 자사주를 판 11월 25일에 비해 20%가량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자사주 거래가 이뤄진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이런 폭락에 대비하지 못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자사주 거래가 알려지지 않아 선의의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았다”며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사주 매각이나 기관투자가의 주식 거래 내용을 시장에 공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밀가루 회사야? 투자 전문사야?▼

영남제분은 투자 전문 회사인가.

영남제분은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1월 11일까지 보유 중이던 다른 기업 주식을 14차례 팔고 24차례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인 밀가루 및 사료 제조보다 주식 투자에 더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5년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영남제분은 지난해 9월 5일부터 12월 28일까지 대한바이오 등 보유하던 9개 기업 주식을 14차례에 걸쳐 팔아 16억8500만 원을 현금화했다.

지난해 주식 등 단기 투자자산을 처분해 얻은 이득은 32억1200만 원. 2004년(3억5000만 원)의 거의 10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또 영남제분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올해 1월 11일까지 24차례에 걸쳐 7개 기업의 주식 17억2200만 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 단기 투자자산 취득금액은 27억3800만 원. 2004년(5800만 원)의 47배나 된다.

같은 회사 주식을 사고파는 행태도 반복했다. 지난해 12월 12일 대한바이오 주식 1억8000만 원어치를 사들인 뒤 27일 3670만 원어치, 28일 4307만 원어치를 팔았다. 올해 1월 5일에는 350만 원어치를 다시 사들였다.

또 지난해 12월 13일 193만 원어치를 처분했던 샤인 주식을 사흘 뒤인 12월 16일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2억194만 원어치를 매수했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동부화재 주식 2억3280만 원어치를 사고 한편으로는 3870만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영남제분은 다른 ‘3·1절 골프’ 멤버인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대주주 겸 회장으로 있는 부산방송 지분도 0.15% 갖고 있다. MVP창업투자에도 10억 원을 투자해 대주주(9.57%)가 되었다.

일반 제조업체가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주식에 투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반응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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