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心 받들 새 총리 찾아야

  • 입력 2006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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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는 어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끝나면 거취 문제를 대통령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파업 첫날, 그것도 3·1절에 범법(犯法)행위 전력이 있는 사람들과 골프를 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사실상 총리직 사퇴의 뜻을 표명한 것이다. 이 총리는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총리의 이날 골프는 동반자들이 누구였건 간에 부적절했다. 아무리 통신수단이 발달했다지만 철도노조 파업이라는 ‘특수한 사태’ 아래서 총리가 풀어진 마음으로 골프장을 거니는 것이 ‘정위치’에서 상황을 장악하고 움직이는 것과 같을 수는 없다. 이 총리가 이런 것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식목일 낙산사를 다 태운 산불이 났을 때 골프를 쳤다가 국회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근신하겠다”고 다짐했던 이 총리다. 그러나 석달 뒤 집중호우로 남부지방이 물에 잠겼을 때도 그는 골프장에 있었다. 무거운 세금에 시달리는 국민은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자세를 잃은 총리를 마냥 두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이번에 골프장에서 함께 어울린 사람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죄로 처벌받은 전과자들도 끼어 있었다. 이 사건은 사법 처리에도 불구하고 그 전모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이 총리와 어울린 다음 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를 받은 기업인도 끼어 있었다. 다 석연찮다.

교역 규모 세계 11위의 나라에 살면서 우리가 이런 총리밖에 갖지 못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이런 총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세계 앞에 창피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질책은커녕 “총리와 나는 천생연분”이라는 식으로 부추겼으니 누구 탓을 하겠는가. 대통령이 이러니 교육부총리라는 사람이 덩달아 “골프를 치면 안 되고 등산을 하면 되느냐”는 우문(愚問)으로 국민의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든다.

다시는 아집(我執)과 전의(戰意)로 똘똘 뭉친 사람이 총리가 돼선 안 된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민심(民心)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인물이 새 총리가 돼야 한다. 협량한 총리로 인한 국민의 고통은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이제는 국가와 국민의 수준에 맞는 총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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