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나라 대한민국. 그땐 정말 대단했다. 거칠 것 없이 전진하는 한국은 전 세계 축구팬을 감동시켰다. 지난해 9월 한국 감독 제의를 받고 2002년 6월의 감동을 떠올렸다. 내가 다시 해낼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계약서에 바로 사인했다. 2002월드컵을 주도했던 핌 베르베크 수석코치와 아프신 고트비 기술분석관, 게다가 한국 선수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홍명보 코치까지 있다면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다시 해낼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2002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훈련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다소 걸리지만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 실력이 크게 향상된 데다 베르베크 수석코치 등이 있어 2002월드컵을 준비하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어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감독의 지시를 잘 따르고 훈련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한국 선수들은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빨리 받아들이고 응용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대표팀을 맡은 뒤 짧은 시간 안에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게 바로 선수들의 적극적인 훈련 태도 때문이다. 난 한국 선수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믿는다.
하지만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선수들은 가능성은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다. 국내 리그와 국제 경기는 수준이 다르다. 게다가 이번엔 홈이 아닌 적지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 홈어드밴티지 없이 강팀들과 싸우는 법을 체득해야 한다.
프로팀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큰 차질 없이 15일부터 시작하는 해외전지훈련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장담하건대 이번 6주간의 해외전지훈련이 끝나면 대표팀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어떤 강팀을 만나도 기죽거나 주눅 들지 않는 팀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
2002년 수백만 붉은 물결이 한국팀을 위해 “대∼한민국”을 외쳤듯이 팬들도 대표팀을 위해 다시 한번 뜨겁게 응원해주길 바란다.
|
정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축구,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하라.” 프란츠 베켄바우어(61) 2006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과 거스 히딩크(60·호주축구대표팀 감독)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두 축구 영웅이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4강 신화 재현을 바라는 메시지와 함께 사인을 한국 축구팬에게 보내왔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