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살찌는 정부위원회

동아일보 입력 2005-12-02 03:06수정 2009-10-0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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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및 국무총리 직속을 비롯한 각종 정부위원회와 기획·지원단이 신청한 내년 예산 규모가 올해의 2배인 5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25개 자문위원회가 요청한 예산은 339억 원으로 72억 원이 늘었고, 26개 기획·지원단의 예산은 5096억 원으로 2466억 원이 늘었다.

국가 운영에 꼭 필요한 위원회의 설치와 이에 따른 적절한 예산 책정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처 위에 ‘옥상옥(屋上屋)’으로 군림하면서 ‘자신들의 직장으로서는 더없이 좋지만, 국민에게는 보탬이 되지 않는’ 위원회가 혈세를 펑펑 써 댄다면 문제는 다르다.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의 내년 예산은 44억8500만 원이다. 이 중 홍보비가 1억8000만 원이고 사무실 임차·관리비가 7억 원이다. 직원 42명에 사무실이 420평이니 1인당 10평을 쓰는 셈이다.

지금 각종 정부위원회는 370여 개다. 위원회 천국이라 할 만하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 위원회만 13개가 신설됐고, 총리실 산하 위원회는 15개가 늘었다. 지난달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물관리위원회 신설을 지시했다.

대다수의 위원회는 법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구성돼 감시와 견제가 어렵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행담도 개발사업에 끼어든 대통령자문 동북아위가 보였던 것처럼 월권(越權)의 소지도 적지 않다. 위원회 위주의 국정 운영은 또 부처의 행동반경을 좁히고 공무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어 국정의 비효율을 부채질한다. 위원회 운영에 드는 수천억 원의 비용이 오히려 국정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국회 예결특위는 각종 정부위원회가 요청한 예산 중에서 ‘거품’과 낭비요소를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 차제에 그 많은 위원회가 과연 다 필요한지, 업무와 기능이 중복된 곳은 없는지, 인원은 적정한지 제대로 따져야 한다. 정부가 위원회 조직들을 갈수록 방만하게 키우면서 세금 짜내기에 골몰하니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소리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위원회 구조조정이야말로 정부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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