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中-日‘긴장완화 매뉴얼’필요하다

  • 입력 2005년 12월 2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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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국과 일본 관계는 1972년 양국이 수교한 이래 최악이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9월 총선 승리 이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또다시 참배했고 대외 정책에서 ‘매파’ 인물을 핵심으로 한 새 내각을 구성했다. 이 때문에 양국의 대결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또 양국 간 충돌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급격히 높아졌다.

중국 지도자들은 2002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번 일본에 관계개선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일본은 이에는 응하지 않고 양국 간 분쟁 문제에 관해서는 현상을 바꾸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반복해 왔다. 전례 없이 대만 문제를 건드렸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계속했다. 이로 인해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와 기본적 안정성이 크게 손상됐다. 이는 중국에서 대규모 반일시위를 불렀다. 중국 정부가 반일시위의 재개를 막는 조치를 취했지만 일본의 반복적인 행위로 인해 중국 내 반일 여론은 더 악화됐다. 결국 중국은 5월 우이(吳儀) 부총리와 고이즈미 총리의 면담을 취소했다. 이후 대일 정책은 강경 일변도로 치달았다.

최근 수년간 중일 관계는 기본 구조면에서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중국이 급속하게 부상하고 있고 동시에 일본도 특정한 의미에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의 부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 반면 일본은 군사적 권리를 갖는 국제정치적 지위를 얻으려 애쓰고 있다. 양국 간 기본 구조의 변화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을 부르는 강력한 운동에너지가 되고 있다. 중국은 반세기 동안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역사적 기억을 지니고 있으며 일본은 이를 희석하고 은폐하려는 심리와 함께 국내 정치적인 필요도 안고 있다. 이는 양국 간 불확실성을 부르는 운동에너지에 강력한 감정에너지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중일 간의 정치적, 전략적 분쟁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중일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면 양국의 근본 이익은 물론 동아시아의 안정과 안전에도 중대한 위험을 부를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양국 정부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장 분쟁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우선 긴장을 완화하고 충돌 위험을 피하면서 양국의 대항 운동에너지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는 서로 기본적 안정을 꾀할 수 있는 규칙을 정해야 한다. 우선 중대한 분쟁 문제에 있어서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또 역사 문제, 전략적 대립, 외교 관계, 경제적 상호의존 등 4개 영역을 구분해 어느 하나의 영역에서 중대한 긴장이나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영역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의 언행을 구별해 정부 언행으로 상대 국가의 의도와 정책을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민간의 반중 또는 반일 행동이 정부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장기적 대결이나 충돌 위험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일본도 이런 규칙에 따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대항 운동 에너지는 통제할 수 있다. 만약 중국이 강경한 대일 자세와 정책을 지속하고 국제정치에서 일본을 고립시키려 한다면 중국도 중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양국 관계를 훼손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중국과의 대결을 고집한다면 중국도 어쩔 수 없이 같은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되며 극일(克日) 정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럴 경우 일본도 심리적으로 중국의 부상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되고 결국 양국의 대치가 심화될 것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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