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팬보다 잔디가 귀한’ 수원삼성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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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레알 마드리드로 불릴 정도로 초호화 멤버를 보유한 수원 삼성 프로축구단. 하지만 구단의 명성에 비해 팬 서비스 정신은 너무 없는 듯하다.

수원 삼성 구단의 욕심 때문에 수원의 축구팬들이 수원 삼성 대 아마추어 강팀인 수원시청이 맞붙는 빅 매치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보지 못하고 멀리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까지 원정을 가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기 때문이다.

당초 축구협회가 배정한 수원 삼성과 수원시청의 26일 2005FA(축구협회)컵 32강전 장소는 파주 NFC였다. 이에 수원 시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수원시청이 이 경기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자고 제의했고 수원 삼성 측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왕이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자”고 흔쾌히 승낙했다.

그런데 경기 일정을 검토한 수원 삼성 측에서 이날 두 번째 경기인 성남 일화-중앙대전은 “잔디가 망가지기 때문에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를 수 없다”고 대한축구협회에 통고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축구협회는 “그렇다면 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자”고 다시 제의했다. 그러자 수원 삼성 측에서 나온 대답은 “그곳은 사계절 잔디가 아니다. 시설이 낡아 팬들이 관람하기에도 적절하지 않다”며 장소변경 자체를 무산시켜 버린 것.

축구협회는 당초 오후 3시로 예정됐던 수원 삼성-수원시청전을 TV 중계까지 잡아 오후 2시로 당겨 주고 오후 1시로 예정된 성남 일화-중앙대전을 오후 4시로 미루는 등 수원월드컵경기장 개최를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축구팬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 주기 위해 경기장이 있는 게 아니냐. 잔디를 축구팬보다 더 아끼는 수원 삼성이 프로팀인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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