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와 운동가들의 남북 인권 이중 잣대

  • 입력 2005년 10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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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안 표결에 3년 내리 불참 또는 기권했다. 그때마다 정부는 ‘북한 당국을 자극할 경우 남북대화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의 한국 내 인권침해와 현재의 북한 내 반(反)인권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이중적 대응은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만하다.

일부 우리 외교관조차 북한 인권문제에 눈감는 정부의 태도를 우려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미국 출장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주재 일부 외교관은 인권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대북(對北) 인권결의안 기권은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주미 대사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며 불끄기에 나섰지만, 정부는 보고서에 담긴 ‘외교관들의 우려’를 외면할 일이 아니다. 미국 의회 의원들도 북한 인권문제는 정치체제와 무관하게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류 보편의 가치이고, 굶주림을 면할 자유는 기본적 생존권이다. 북한 주민들은 최소한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일상으로 위협받고 있다. 언론, 의사 표시, 종교의 자유도 없다. 결핍과 공포가 만연한 사회다. 이런 상황의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제사회가 압도적으로 지지하는데도 우리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이런 태도는 북한 주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김정일 독재정권에 협조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 비치기 쉽다.

얼마 전 공개된 북한 국경 초소의 동영상은 그곳의 인권 실태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탈북 8년 만에 돈을 좀 모아 고향을 방문하려던 한 여성이 붙잡혔다. 북한 군인은 이 여성을 두들겨 패던 몽둥이가 부러지자 군홧발로 짓밟았다. 이 상황은 북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인권유린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노 정권은 지난날 국내에서 벌어졌던 인권 침해에 대해 전방위적인 과거사 뒤지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바로 지금 수많은 북한 주민이 처절하게 당하는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 이른바 ‘진보(進步)’를 앞세우는 운동가들도 이 같은 이율배반(二律背反)의 행태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이 국내의 인권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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