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정우 위원장 책임질 때 됐다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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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2003년 2월 “행복은 다른 사람과 비교한 상대적 소득 수준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행복도(度) 조사에서 최빈국인 방글라데시 국민이 가장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며 “이는 성장보다 분배가 중요함을 시사해 준다”고 말했다.

그가 상당 부분 주도(主導)한 부동산정책이 숱한 부작용과 후유증을 낳고 있지만 그의 신념은 요지부동인 듯하다. 이 위원장은 그제 “참여정부는 부동산에 관한 한 부동심(不動心)을 잃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중(重)과세와 행정력을 동원한 ‘투기 토벌전쟁’에 매달리겠다는 결의로 들린다. 이는 재건축 등으로 서울 강남에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여권(與圈) 내의 시장주의에 대한 반격이다. 며칠 전 “신도시를 계속 건설하겠다”던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도 “신도시 건설은 검토한 바 없다”며 무릎을 꿇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2003년의 10·29 부동산 대책을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분배정책으로 꼽았다.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현 교육부총리)는 “더 이상의 (그런) 정책은 사회주의 정책일 수밖에 없다”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10·29 대책의 집값 안정 효과가 단기에 그치자 정부는 20여 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집값 대란은 확산일로에 있다. 이 위원장은 ‘배고픈 것보다 더 힘든 배 아픈 것’을 고쳐 주겠다고 독선과 아집에 가득 찬 정책들을 강행했지만, 지금 서민과 다수 중산층은 ‘배가 더 아플 뿐 아니라 더 고픈’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 가운데 투기 열풍은 전국화하고 있다. 400조 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에 다른 출구를 찾아주지 않는 한 억제정책에 한계가 있음을 웅변한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공급을 억제하면 초과 수요로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분배 논리는 부동산정책 말고도 교육, 지역개발 정책 등 국정 전반에 걸쳐 뿌리 깊게 작동하고 있다. 성장잠재력의 3%대 추락, 그리고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와 불황의 장기화가 그 결과다. 이 위원장은 이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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