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윤용강/술 없으면 대학축제 못여나

  • 입력 2005년 5월 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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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가 끝난 대학가는 요즘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얼마 전 등굣길에 우연히 엿들은 학생들의 대화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었다.

“축제 때 우리 과에서 주점을 하는데 사람들이 많이 와야 할 텐데 고민이야.”

“안주 값은 어느 정도로 하면 좋을까?”

축제를 잘 해보겠다는 열의가 가득했다.

물론 열심히 하려는 자세는 아름답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축제 뒤 무질서한 거리의 모습을 떠올리면 과연 우리의 대학 축제문화가 건강한 수준인지를 되묻고 싶어진다. 만취해서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패기라기보다는 방종에 가까워 보인다. 술에 취한 나머지 학생들 간에 서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을 언론매체에서 접할 때는 낯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축제 때 가장 흔하고 보편적인 행사가 주점 운영이다. 어느 과에서든지 주점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일견 축제문화가 주점문화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흥을 돋우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적당한 음주는 있을 수 있고 나 역시 즐긴다. 하지만 축제의 행사하면 기억나는 게 단지 술뿐이라면 그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각 과의 특성을 살린다면 보다 다양한 축제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언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해당 국가를 소개하는 이벤트를 보여 주고, 공대 학생들은 전공기술을 활용한다면 축제 참가자들의 눈길을 끄는 시연을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기존의 나쁜 것들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인간이 돼라”는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의 말이 생각난다. 주점 일색에서 바뀌어야 한다. 이번 축제에서는 대학생의 기발한 상상력과 무한한 젊음을 표현할 수 있는 뜻 깊은 이벤트를 만나보고 싶다.

윤용강 한국외국어대 행정학과 4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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