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졸속 입법 행정도시, 혼란 걱정된다

  • 입력 2005년 3월 2일 18시 06분


코멘트
국가 백년대계이자 ‘수도(首都)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과 맞물려 있는 행정중심도시 특별법의 국회처리 과정을 지켜본 우리는 참으로 혼란스럽다. 일부 야당의원들의 격렬한 반대와 농성으로 얼룩진 법안의 졸속통과로, 다수 국민의 지지 속에서 순조롭게 건설을 추진하고 나라의 기틀을 강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야의 태도에는 똑같이 정략(政略)이 앞서고 국가운영의 효율과 비전을 따지는 책임 있는 성찰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번의 행정도시 특별법은 효율성 면에서 이미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은 행정수도건설특별법보다도 개악(改惡)에 가깝다. 대통령과 국회는 서울에 있고, 국무총리와 경제부처 등 다수 행정부처가 다른 도시에 상주하는 ‘수도의 양분’은 너무나 기형적이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은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새 법은 공론화(公論化)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으며 국회의 논의도 겉핥기였다. 이전(移轉) 대상 부처는 여야가 떡을 주고받는 식으로 결정됐다. 과천 공동화(空洞化)에 대한 대책도 없이 이전 계획부터 내놓아 과천 주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통일 후까지 내다봐야 하는 행정도시 건설 문제를 왜 이렇게 허겁지겁 처리해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3년 남은 정권으로는 밑그림을 그리기도 빠듯한 국가 대사다.

집권여당에서는 국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고, 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끌려 다니다가 내분만 자초했다. 이럴 바에야 국론 분열과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정정당당하게 헌법 개정 절차를 밟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나았을 것으로 본다.

일부 단체와 법률가들은 행정수도법에 이어 행정도시 특별법에 대해서도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움직임이다. 국회의 입법권이 적절하고 정당하게 행사됐는지를 또다시 헌재가 가리는 사태가 걱정스럽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