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Politics]김근태 “날 고문한 이근안씨 용서”

  • 입력 2005년 2월 10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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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잘못을 모두 용서했습니다. 이제 새롭게 출발합시다.”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자신을 고문했던 전 경기도경 대공분실장 이근안(李根安) 씨를 경기 여주교도소로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이 씨도 김 장관에게 과거의 잘못을 사죄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 피해자와 기술자의 악연을 맺은 지 20년 만의 일. 이날 김 장관은 교도관이 입회한 상태에서 30여분간 이 씨를 면회했다.

김 장관은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초대 의장으로 활동하던 1985년 9월 경찰에 붙잡혀 이 씨에게서 10여일간 혹독한 물고문 및 전기고문을 당했다. 이 씨는 1987년 납북어부 김성학(金成學) 씨를 불법 체포해 고문한 혐의로 7년형을 선고 받고 1999년부터 복역 중이다.

김 장관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1985년 9월 당시의 상황을 “남영동에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고문을 당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1999년 수배를 피해 잠적했던 이 씨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자수한 직후엔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모욕적인 상황이어서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장관은 지금도 육체적인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 장관은 사회 통합 및 갈등의 봉합을 위해 이 씨와의 ‘화해’를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씨 측에서도 최근 지속적으로 김 장관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기 때문에 이번 화해의 자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씨는 복역 중 종교에 귀의한 뒤 자신의 고문 범죄를 참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측근인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김 장관은 이 씨와의 화해가 과거사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참회하고 용서하는 절차를 거쳐 ‘통합의 길’로 가는 선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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