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나성린]잘못된 선입견부터 버려야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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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국정운용의 최우선 목표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활성화와 선진 한국의 기반 마련에 두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대규모 재정 확대를 포함한 거의 ‘막가파식’ 경기부양책을 쓰려는 데 대해선 그 후유증이 우려되고 방법이 바람직하진 않지만 작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무작정 비판만 하기도 어렵다. 다만 정부가 앞장서 경제를 망가뜨려 놓고 뒤늦게 정부가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부산을 떨지 말고 70조 원이 넘는 민간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본격적으로 투자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제 활성화 정책과 선진화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참여정부가 정권 내의, 그리고 맹목적 지지세력 내의 경제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지 않는 한 정부의 그 어떤 경제 활성화 노력도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지지세력의 비난에 직면하자마자 추진력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없는 분배는 불가능▼

첫째, 시장경제는 기업과 기득권층의 이익만 대변하는 나쁜 제도라는 선입견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과거 개발연대 관치경제 하에서의 정경유착과 독과점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아니다. 시장경제란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정하게 경쟁하고 이 과정에서 사회의 부족한 재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개개인이 자신이 노력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제도다. 이 제도에서 능력의 차이로 불평등이 발생하고 시장 실패가 있게 되지만, 이것은 정부의 적절한 소득재분배 정책과 시장 개입으로 완화될 수 있다.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으로 끝난 20세기 100년 동안의 체제 경쟁은 시장경제가 경제 성장과 분배를 가장 효과적으로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체제임을 보여 주었다.

둘째, 성장은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선입견을 타파해야 한다. 경제 성장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 수준을 높임으로써 빈곤을 제거하고 국민 전체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킨다. 성장은 사회복지 수혜 대상자를 줄임과 동시에 세수를 증대시킴으로써 더 풍부한 재원으로 더 적은 수의 빈곤 서민층에게 혜택을 줄 수 있기에 사회복지 수준의 향상을 좀 더 용이하게 한다. 경제 선진국이 복지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적으로 성장은 항상 불평등을 완화했고 경제 침체는 불평등을 악화시켰다. 즉 분배 없는 성장은 가능해도 성장 없는 분배는 불가능한 것이다.

셋째, 경쟁은 악이고 평준화는 선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21세기 무한 경쟁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세계무대에서 경쟁해 이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국내에서 경쟁을 통해 대표 주자들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사람 이외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나라가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당장 편한 평준화에 안주한다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경쟁은 촉진하되 탈락자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 장치를 잘 만드는 것이 후발국가가 가야 할 길이다.

▼대기업, 부자에 대한 편견▼

넷째, 대기업이나 부자, 일류학교 출신은 수구 보수적이고 나쁘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이들이 인지상정으로 기득권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상이지 지양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모든 기업이나 국민이 이들과 같이 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성공에 주변의 도움이 없지 않았겠지만 자신의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이 그들처럼 되도록 격려해야지 성공했다는 이유로 질시하고 폄훼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참여정부는 이러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진 세력에 지나치게 의존했거나 또는 그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던 경향이 있었다. 이것이 지난 2년간 기업의 투자 의욕과 이 사회의 부의 창출 세력이 가진 경제 의욕을 저해한 근본 원인이었다.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 이러한 선입견을 바로잡는 노력과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성린 객원논설위원·한양대 교수·경제학 hwali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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