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街 막전막후]열린우리, 민주당 求愛속내…정계 개편 시동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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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호남에 대한 구애(求愛)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참여정부’ 출범 직후 ‘대북송금 특검’ 수용으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차별화의 길을 걸었던 여권이 ‘U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류는 장기적으로는 ‘정계 개편’과 ‘신당 구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물밑 흐름에 머물고 있지만 그 속에는 여권이 처한 고민과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고공(高空) 선문답=10월 말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간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은 국가보안법 처리에 대한 고견을 구하면서 “분당 상황을 어떻게 보시느냐”고 물었다. 김 전 대통령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답변했다. 그 이상의 발언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튼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김 의장을 통해 몇 시간 뒤 그대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노 대통령의 반응은 “나도 동감이다.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벌어졌던 민주당의 분당을 놓고 전·현직 대통령 간에 최초의 교감(交感)이 이뤄진 셈이다.

얼마 전 신상우(辛相佑) 전 국회부의장이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찾았다. 신 전 의장은 2002년 대선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냈던 ‘친노 원로그룹’에 속하는 인물. 신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민주당은 어떻게 가려고 하느냐”고 타진성 질문을 던졌다. 한 대표는 “지금은 민주당이 선명 야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지만 한 정치권 인사는 “신 의장이 ‘노 대통령이 보내서 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여권의 구애=김 전 대통령을 향한 노 대통령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달 1일 김 전 대통령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영국을 방문해 “인권지도자, 민주주의 정치지도자로서 일관성을 가져 왔고,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푸는 데도 큰 방향을 잡아 세계 지도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에 명망이 있다”고 김 전 대통령을 극찬한 바 있다.

수감 중인 ‘국민의 정부’ 핵심인사들을 찾는 여권 고위인사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채(鄭東采) 문화관광부 장관, 김 의장과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신계륜(申溪輪) 염동연(廉東淵) 의원 등이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 권노갑(權魯甲) 전 의원 등을 문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에는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사회문화수석비서관과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비서관이 김 전 대통령을 방문해 인사를 올렸다. ▽어디로 가나=그러나 양측 사이에 부는 ‘훈풍(薰風)’의 결실이 단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의 붕괴 조짐으로 여권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고 있지만 양측은 당분간 ‘우호적 협력’의 범위를 벗어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내 일부 인사들은 내년 4월 전당대회에서의 ‘당대당 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양당 내부 사정이 아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보다는 2005년 지방선거 전후, 또는 2006년 개헌론을 기폭제로 한 정계 개편의 물살이 본격화될 경우 통합론도 함께 숙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권 내부의 신당 창당 흐름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당내 극단론자들을 배제하고 민주당과 일부 한나라당 내 개혁적 인사들을 결합하는 ‘뉴 레프트’가 그 모형이 될 듯하다. 실제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이 같은 그림을 들고 민주당의 모 인사와 접촉해 의견을 교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인사도 “진짜로 이념적으로 분화하는 새로운 21세기형 정당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지금 한나라당도 그렇고, 열린우리당도 그렇고 과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뉴 라이트 얘기가 나오는데, 그에 맞서서 뉴 레프트가 나와서 흐름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과 민주당 훈풍 기류
10월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민주당 한화갑 대표 회동
10월김원기 국회의장, 김대중 전 대통령 메시지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
11월김 전 대통령, 유럽방문 직전 반기문 외교부장관 브리핑
11월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 김 전 대통령 예방
11월열린우리당, 대선 당시 민주당 빚 변제키로
12월노 대통령, 영국에서 김 전 대통령 극찬
12월한화갑 민주당 대표, 청와대 회동에서 불법대선자금 관련자 사면 건의
12월청와대 문재인, 정찬용 수석, 김 전 대통령 예방
12월김 전 대통령, “노 대통령 아주 잘하고 있다” 대미,대북정책 칭찬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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