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동호]‘큰 사랑’을 실천하는 길

  • 입력 2004년 11월 12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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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지난해 방영된 한 TV 인기드라마를 보면 여주인공이 각막이식 수술을 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주인공의 갑작스러운 실명과 수술을 통한 개안, 그리고 다시 시력을 잃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지만 개안 수술에 흥미를 느껴 꽤 관심 있게 지켜봤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장기이식 관련 내용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감동을 주는 극적인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선 각막을 비롯한 장기 기증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각막만 해도 현재 국내에서만 이식수술 대기자가 2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한안과학회는 최근 1주일간을 ‘눈의 날’ 주간으로 정해 소속 안과의사들을 대상으로 안구 기증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민에게 장기를 기증하라고 호소하기에 앞서 안과의사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자는 의미에서다. 벌써 200명 이상이 안구 기증을 약속했다.

적잖은 사람들이 각막 이식을 안구 이식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안구 자체를 이식하는 게 아니라 각막과 공막만 이식하는 것이다. 또한 살아 있는 사람의 각막을 이식하면 기증자가 실명하기 때문에 기증자가 사망(뇌사)한 이후에야 이식이 이뤄진다.

각막 등 장기 이식을 받으려는 사람은 마음이 간절한데 기증자가 부족한 것은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고 해서 살아 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죽은 시신도 훼손하는 것을 불효로 생각하는 관념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기증은 신체의 훼손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각막 일부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행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기기증은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리는 ‘큰 사랑’의 실천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용기 있는 참여가 필요한 때다.

이동호 서울 노원구 상계동 빛사랑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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