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카해협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사이를 지나는 길이 약 900km, 폭 65∼249km, 평균 수심 25∼27m의 국제 해협이다. 매년 5만척 이상의 각종 선박이 통과한다. 유조선은 수에즈운하의 3배, 파나마운하의 5배에 이른다. 해협 명칭은 15세기 지정학적 이점을 이용해 동서무역으로 번영을 구가했던 말라카왕국에서 따 왔다. 이후 16세기 포르투갈, 17세기 네덜란드, 18세기 영국 등 서방 해양 강국들이 아시아 장악의 관문으로 해협을 점령했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이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해협의 중요성만큼이나 안보에 미치는 위험도 커지면서 일본과 중국은 오래 전부터 말라카해협을 우회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태국 남부 크라 지역에 ‘동양의 파나마운하’를 만들자는 것이다. 길이 100km에 불과한 크라운하가 건설되면 말라카해협보다 뱃길은 1200km, 항해기간은 2∼5일 줄일 수 있다. 일본 중국 태국이 공동 추진해 왔으나 200억달러 이상의 공사비 때문에 주춤한 상태다. 중국은 8월 중동 원유를 육로를 통해 수입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미얀마에 1700km의 철로를 깔아줌으로써 인도양에서 미얀마를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수송로를 만들기로 미얀마 정부와 합의했다.
▷최근 한국 해양경찰청이 말레이시아 해경과 말라카해협에서 해상 테러에 대비한 합동훈련을 가졌다. 전 세계 해상 범죄의 35%를 차지해 해적 소굴로 불리는 말라카해협은 특히 ‘9·11’테러 이후에는 알 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 세력의 준동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혀 왔다. 말라카해협의 중요성과 주변국 움직임을 감안하면 해경 합동훈련이 아니라 우리 해군력이 뻗어 나가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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