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아프리카의 베트남’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25분


프랑스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해외부’라는 정부 부처가 있다. DOM이라 불리는 해외에 있는 도(道·d´epartement)와 TOM이라 불리는 해외 영토를 관장하는 기관이다. DOM과 TOM은 법률에 의해 상당한 자치권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에 100% 프랑스 영토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 프랑스군이 주둔하고 있고 프랑스 정부가 주는 보조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외국인의 눈에는 사실상 프랑스 땅으로 보인다. 해외 영토의 관점에서 보면 프랑스는 21세기에도 식민지를 갖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남태평양의 폴리네지(폴리네시아)와 누벨칼레도니, 남미의 기안(가이아나)과 과들루프 등이 대표적인 프랑스의 해외 영토다. 관광지로 유명한 타히티 섬이 포함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는 섬과 바다 면적이 유럽 대륙 크기에 맞먹을 정도로 광대하다. 프랑스는 그곳의 산호초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핵실험을 계속했다. 남의 나라 땅이라고 생각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도 프랑스 식민지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다. 가봉 세네갈 지부티 등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국가에는 어김없이 프랑스군이 주둔하고 있다. 주둔군은 수백∼수천명 규모지만 주둔국에 대한 프랑스의 정치 군사 경제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코트디부아르도 식민지였다가 독립을 쟁취했으나 여전히 프랑스에 의존하고 있다. 열강의 아프리카 침략 시절 상아 수출로 유명하던 이 나라는 국명을 아예 ‘상아해안’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지었다.

▷프랑스가 코트디부아르에서 식민지 경영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됐다. 내전 확대를 막기 위해 주둔중인 프랑스군이 코트디부아르 정부군의 우발적인 폭격에 맞서 강력한 보복을 한 뒤 현지에 거주하는 프랑스 민간인 1만여명이 약탈과 방화의 표적이 됐다. 코트디부아르 국회의장은 “베트남은 비교가 안 될 것”이라며 프랑스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프랑스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장서서 비판한 나라다. 빈약한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막강한 무력을 과시하는 자국의 행동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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