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에 영향 끼칠 집회 자제해야

  • 입력 2004년 4월 9일 18시 39분


보수단체들이 주최하는 구국기도회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의 집회가 오늘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동시에 열린다고 한다. 구국기도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치색이 짙다는 이유로 중지 요청을 받았다. 전공노 등의 집회 또한 공무원의 정치활동 보장을 요구하는 행사로 정치색을 띠기는 마찬가지다.

선거 기간 중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회를 개최할 수 없도록 선거법에 규정돼 있다.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열리는 두 행사가 정치성을 띠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으로 이뤄진다면 명백한 위법이다. 보다 필요한 것은 총선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이런 집회를 최대한 자제하는 성숙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구국기도회의 경우 주최측은 정치행사가 아닌 순수 종교행사라고 주장하지만 탄핵 등 정치문제를 일절 배제한 채 순수한 기도회로 끝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전공노 등의 집회는 얼마 전 전공노와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의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을 둘러싼 파문이 계기가 된 것이다. 현행법상 금지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라는 이들의 요구사항에서부터 정치색이 묻어난다.

주최측의 언급대로 정치행사가 아니라면 개최 시기를 총선의 막바지 선거운동과 맞물려 있는 이번 주말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 벌써 총선을 의식한 행동 아닌가.

이번 집회는 차분한 선거분위기를 해치고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선거에 미칠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상반된 성격의 집회가 열리므로 예기치 않은 충돌도 우려된다. 주최측은 행사 개최를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이성적이고 올바른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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