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리종합세트’ 엉터리 방독면

  • 입력 2004년 1월 15일 18시 46분


정부가 재해예방대책의 일환으로 보급 중인 ‘국민방독면’이 유사시 오히려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는 불량품으로 드러났다. 제조업체는 성능이 떨어지는 재료를 썼고, 성능 검사기기를 조작했으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원보좌관과 공무원에게 금품까지 준 혐의가 있다니, 이 사건은 최근 한국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 불법행위를 한데 담은 ‘비리종합세트’가 아닐 수 없다.

제조업체측은 불량재료를 쓴 것이 아니라며 제품회수를 하고 있다지만 미심쩍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 업체가 방독면을 독점 공급하게 된 경위부터 어떻게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을 속여 성능검사를 통과하는 것이 가능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방독면 보급사업 소관부처인 행정자치부도 “몰랐다”는 이유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제조업체의 정치권 로비가 의원보좌관 한 사람뿐이었는지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 사건은 유사시 정부가 나눠준 방독면을 썼다가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겠다며 10년간 1661억원이나 들여 추진한 사업조차 부정과 비리, 불법 로비로 얼룩졌으니 정부가 하는 일을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제품을 불량으로 만들어 정부에 납품하고 음험한 뒷돈 거래까지 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해 다시는 이 같은 ‘엉터리’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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