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김창원/'시공사 맘대로' 재건축 공사비

입력 2003-12-25 17:55수정 2009-10-1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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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아파트 공사 단가는 고무줄인가.

사업 막바지에 이른 재건축 단지마다 시공사와 재건축 조합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시공사가 가계약 당시 제시한 공사비보다 본계약 공사비가 월등히 높아지면서 조합원의 부담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은 시공사 선정 후 공사비, 조합원 부담금, 일반 분양가 등을 명시해 가계약을 하고 사업승인 후 착공을 앞두고 본계약을 체결한다.

보통 가계약부터 착공까지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물가상승과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계약 조건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조합은 조합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부담액을 일반 분양가에 전가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종종 소비자단체들의 빈축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시공사의 공사비 단가 책정 방식을 곰곰이 살펴보면 주먹구구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내년 1월 일반분양을 앞둔 서울 강남구 역삼동 K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가계약 당시 이 아파트의 평당 공사비(건축연면적 기준)는 240만원. 하지만 시공사는 본계약에서 이보다 50만원 높은 29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공사비의 21%가 늘어난 셈.

공용면적 등에 대한 부담도 커져 이에 따라 한 가구당 늘어나는 부담금은 5000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물가상승이나 금융비용, 설계변경 등을 감안해도 공사비의 5분의 1이 증가한다는 것은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강남구 대치동 도곡주공2단지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 대부분이 비슷한 이유로 본계약 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공사가 시공권을 따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한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건설업체가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당초부터 현실성이 없는 가계약 조건을 내세우고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비를 늘리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공사의 ‘의도된 주먹구구식 셈법’ 행태가 계속되면 시장기능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당국의 검산(檢算)’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작 당국의 개입 움직임이 시작되면 시공사는 그때 무슨 명분을 찾아 반대할까.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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