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大백제왕'…성왕과 왕인의 파란만장한 삶

입력 2003-12-12 17:20수정 2009-10-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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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찬주씨는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우리 백제사의 생생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사료에 직관과 문학적 영감을 더해 역사를 복원해내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大백제왕(전 2권)/정찬주 지음/각권 260쪽 내외 각권 8000원 아래

1993년 12월 12일, 부여 능산리 고분군(사적14호)과 부여나성(夫餘羅城·사적 58호) 사이의 작은 계곡. 물구덩이나 다름없는 유적조사 현장에서 신선과 코끼리, 동자상과 도요새 호랑이 등이 정교하게 새겨진 ‘금동대향로’가 발굴된 것이다.

2년 후 ‘금동대향로’가 나온 절터 목탑지 밑에서 또 하나의 깜짝 놀랄 유물이 발견된다. ‘百濟昌王十三年太歲在 丁亥妹兄公主供養舍利(백제창왕십삼년태세재 정해매형공주공양사리)’라는 글자가 새겨진 ‘석조 사리감’. ‘昌(창)’은 27대 위덕왕의 본명으로 위덕왕 13년(567년) 누이동생, 즉 성왕(聖王)의 딸이 사리를 공양한다는 내용이다.

성왕은 신라와 전투 중인 아들을 격려하러 나섰다가 554년 관산성에서 신라 매복군에게 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소설 속 시나리오 작가인 ‘나’는 이 유물들과 관련된 성왕과 위덕왕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써보라는 대학시절 은사의 권유를 받는다. 은사는, 금동대향로가 성왕을 추모하기 위해 위덕왕이 바친 예술품일지 모른다는 것, 일본 호류(法隆)사에 비밀스레 봉안된 구세관음상(救世觀音像) 역시 위덕왕이 부왕을 추모하기 위해 성왕 형상으로 조성한 등신불일 수 있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나’는 아들을 보러가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성왕과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3년이나 왕위에 오르지 않았던 아들간에 핏빛으로 사무친 부자의 정이 있음을 직감한다. 소설은 이들의 흔적을 쫓는 시나리오 작가의 행적과 과거 백제를 교차 배열하고 있다.

‘나’는 금동대향로가 성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능산리 2호 고분 옆 능사(陵寺)터에서 발견됐다는 점과 성왕의 딸이 사리감을 시주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점밖에 출토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금동대향로가 성왕의 명복을 비는 제기(祭器)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어 ‘나’는 일본인들이 쇼토쿠태자상(聖德太子像)이라 믿고 있는 호류사 비불(秘佛)의 진실을 찾아 일본으로 답사를 떠난다. ‘나’는 일본의 고서 ‘성예초’에서 “위덕왕이 부왕의 형상을 연모해 만든 존상이 곧 구세관음상이다. 또한 이것은 상궁태자의 전신이다”라는 구절을 발견해 일본인이 시조로 삼고 참배하는 불상이 실은 백제의 성왕상이라는 점을 밝혀낸다.

한편 ‘나’는 두 왕에 대한 추적과 더불어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역사기록에 단 한 줄의 흔적도 없는 백제사람 왕인(王仁)의 행적을 뒤쫓는다. 5세기 초 ‘천자문’과 ‘논어’를 들고 일본 땅을 밟은 뒤 한국에서는 흔적조차 없는 인물.

‘나’는 일본에서 왕인의 진짜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을 발견하고, 1600여년간 맥을 이어온 왕인의 종가(宗家)를 찾아내 종부(宗婦)와 대면하기도 한다. 그를 통해 왕인이 단지 백제 출신의 서생이 아니라 일본 아스카(飛鳥) 땅의 문화를 개화시킨 개척자였다고 결론짓는다.

1500년 전 동아시아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백제. 소설의 제목 ‘大백제왕’은 백제의 중흥을 꿈꾸다 비참하게 목이 잘린 성왕, 일본의 국가기틀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 백제인 왕인을 한데 담아낸다.

4년여 전 ‘구세관음상이 백제 성왕상’이란 주장을 담은 논문 한 편을 읽은 것이 창작의 계기가 됐다는 작가 정찬주씨(50)는 “백제를 배경으로 한 부분은 사실(史實)을 점으로 삼아 상상력으로 전체를 그려낸 픽션이며, 현재의 이야기는 5년여간 한국과 일본을 취재여행하며 겪었던 일을 적은 논픽션”이라고 밝혔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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