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차성모/아들의 軍내무반 가봤더니…

  • 입력 2003년 11월 27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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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모
아들을 군에 보낸 지 100일이 다 됐을 무렵 아들이 근무 중인 부대로부터 부대창설기념 행사에 이등병 부모들을 초대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최근 군에서 발생한 각종 안전사고들, 그리고 30년 전 필자가 군 생활을 했을 당시와 다를 바 없는 낙후된 시설 등에 대한 뉴스를 접했던 관계로 하루하루 아들의 안녕을 염려했던 게 사실이다. 때마침 이런 부대개방행사를 한다니 나의 염려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됐다.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군기 확립이라는 이유로 얼차려가 일상화됐던 30년 전의 군 생활에 비해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육군 제5183부대라는 큼직한 표지판과 ‘부대와 함께 전우와 함께’라고 새겨진 정문 아치의 문구를 보며 나의 고리타분한 선입견은 깨지기 시작했다.

군 간부들의 안내를 받아 부대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하게 정돈된 막사, 노래방과 면회실 등 부대원들이 언제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된 각종 복지시설들은 민간 시설 못지않게 쾌적했다. 아들이 안방처럼 잠자고 생활하는 내무반과 일과시간에 근무하는 사무실, 그리고 샤워실과 화장실 등 내 아들의 발자취가 머무는 곳들을 돌아보며 한국의 군대가 많이 발전했음을 확인하며 나의 편견을 허무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행사 중 아들과 부모가 함께 하는 체육대회에서 부자가 한 팀이 되어 줄다리기를 하면서, 군 생활은 군인들만 하는 게 아니라 군에 보낸 아들을 향한 부모형제의 마음과 혼이 함께 하는 것임을 몸소 느꼈다. 또 병사들의 복지를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는 군 관계자들의 정성이 있기에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으로 필자의 아들이 근무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앞으로도 한국의 모든 군부대가 이러한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민의 군’으로 발전했으면 한다. 그래야 부모가 아들을 안심하고 군에 보낼 수 있고, 국방의 의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차성모 SBS 외주제작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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