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28억 회계부정’은 또 뭔가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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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선거자금에 대해 자체 회계검사를 벌여 온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노관규 위원장은 어제 “모두 128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허위 회계처리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중장부 존재’ ‘영수증 증발’ ‘대선 이후에도 모금’ 주장에 이어 회계부정의 구체적인 액수까지 나온 것이다.

이쯤 된 이상 노 후보 선거대책본부 총무위원장으로 회계처리를 책임졌던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 등 노 대통령측은 대선자금의 모금방식과 규모, 입출명세를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우리당이 SK비자금 100억원 유입 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의 전모를 털어놓으라고 요구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도 이 의원은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모두 영수증 처리해서 문제될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당측은 특히 “민주당이 100억원의 총선자금을 횡령했다”는 맞불성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총선을 앞둔 두 당의 기 싸움 측면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이 대선자금, 총선자금을 놓고 서로 으름장을 놓는 모습은 추악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줄 수 있는 곳은 검찰뿐이다. 엄정수사를 다짐한 만큼 조금도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수사에 임해야 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송광수 검찰총장)고 해도 국민의 기대가 검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검찰 수사가 한나라당에 치우치고 있다는 편파 수사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정기국회 회기 중인데도 불법 대선자금 파문에 묻혀 국회가 있는지조차 모를 지경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안,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안 등 꼭 처리해야 할 주요 현안들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정치권이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치고받는 일은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 검찰의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거듭 촉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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