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탐욕도 벗어 놓고… '다 버리면 삶이 가볍다

  • 입력 2003년 10월 3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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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혀 사는 삶을 등지고 자연을 벗해 은거하는 이들, 도인이란 초능력자이거나 현실도피자일까. 저자는 ‘세상 것에 연연하지 않으며 혼자 행복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도인이라고 말한다.사진제공 황금가지

얽혀 사는 삶을 등지고 자연을 벗해 은거하는 이들, 도인이란 초능력자이거나 현실도피자일까. 저자는 ‘세상 것에 연연하지 않으며 혼자 행복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도인이라고 말한다.사진제공 황금가지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 하네/김나미 지음/304쪽 1만3000원 황금가지

바깥이 시끄럽다보니 안으로 침잠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해도 ‘도나 닦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다. ‘도’란 무엇일까? 진정한 ‘도인’은 누구일까?

오랜 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 불교학을 전공하면서 진정한 ‘나’를 찾아 가는 구도적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저자는 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진정한 도인을 직접 만나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구도 여정을 시작한다. 이 책은 저자가 만난 다섯 도인의 삶에 대한 소개이지만 사실은 한 구도자가 진정한 도인에 대해 눈을 뜨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마을을 찾아다니며 자천(自薦) 타천(他薦) 도인을 만난 저자는 도인이란 무속인이나 은둔자, 초능력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 사는 법에 통달했으며 세상 것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없어도 만족하고 혼자 행복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란 결론을 얻는다. 5년여 긴 여정 속에서 만난 20여명의 도인 중 이 기준에 맞는 다섯 사람이 소개되고 있다.

첫 번째로 소개된 무위(無爲)도인은 1960∼70년대에 청계천에서 셔츠공장을 운영하면서 큰돈을 벌었으나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20년이 넘게 산 속에 숨어 산, 평범한 초로(初老)의 노인. 비가 새고 전기도 안 들어오는 집에서 혼자 살면서 복지시설에 익명으로 매달 엄청난 액수의 후원금을 10년 이상 보내 나눔과 무소유를 남몰래 실천한 사람이다.

두 번째로 소개된 요가도인은 교수직도 마다하고 30여년 동안 오로지 정통 요가 하나에만 매진해 온 한국 요가의 대가. 도 닦는다고 굳이 세상을 버리지 않아도 자신의 직업이나 하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바로 도인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사람이다.

세 번째 다정도인은 죽음의 고비를 여섯 번이나 넘겼고 두 번의 화재와 수재를 겪고도 주어진 환경에서 조금 부족한 듯 사는 게 편하다고 말하는 도인이며 네 번째 산풍도인은 움막에 혼자 살면서 노인들에게 침을 놓아주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자연도인은 서울에서 사업을 접고 산 속 깊숙이 들어가 손수 나무를 심고 가꾸는 방법으로 마음의 길을 찾은 사람이다.

저자는 이들 도인들의 삶이란 결국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살며 자신의 내면으로 집중해 있는 삶’이라고 했다. 즉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 지금 이 순간에 온 정신을 집중하며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사람들이다. 오랜 여행을 끝낸 저자는 “도인은 바로 우리 곁에도 있었고 찾아 나서지 않아도 바로 내 안에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사족:도인들 앞에 붙은 이름은 저자가 직접 붙인 것이며 긴 책 제목은 고려시대 선승 나옹선사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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