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용불량 느는데 또 카드경쟁인가

  • 입력 2003년 8월 12일 18시 49분


신용카드사의 회원모집 과당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금융감독원 조사결과 일부 카드사가 무이자 할부와 경품 등을 내걸고 확장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상반기 채권시장을 마비시킬 뻔했던 카드채 위기는 최근 대주주의 증자로 겨우 진정국면에 들어섰지만 이 같은 카드남발 때문에 ‘신용대란’이 일어날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카드사간 무분별한 카드발급 경쟁은 업계 수익성 악화와 경영부실을 불러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에 휩쓸려 카드를 장만한 뒤 카드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람이 늘어나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6월 말 현재 신용불량자 수가 322만명인데 카드빚에 따른 신용불량이 은행권 부채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10대와 20대 신용불량자 대부분은 카드빚 때문이다. 카드빚에 몰려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을 하는 등의 사회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 세 아이와 함께 자살한 30대 주부도 카드빚에 신용불량자로 분류돼 빚 독촉에 시달렸다. 60대 아버지가 아들의 카드빚을 비관해 자살한 비극도 벌어졌다.

이 같은 현실의 1차적 책임은 신용관리를 잘못한 개인에게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카드사와 금융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카드사는 이윤과 실적만을 노려 자제력이 부족한 미성년자와 상환 능력이 없는 계층에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했다. 정부는 과거 소비자혜택을 주어 카드 사용을 부추기고 카드사가 길거리에서 별 제한 없이 회원모집을 하도록 허용하는 등 카드 남용과 남발을 방관해 업계 부실과 카드채 위기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

금융당국은 후발카드사를 중심으로 또다시 불붙기 시작한 과당경쟁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카드발급 규정을 엄격히 지키도록 감독하고 불법 카드발급을 제재해 더 이상 카드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개인신용회복지원 제도를 정비하는 등 신용불량자를 위한 본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