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훈/'김운용 방해설' 정치공방 이후

  • 입력 2003년 7월 30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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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특위는 한 국회의원에게 “국내의 모든 공직에서 사퇴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특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회 관계자는 “3·15부정선거 후인 60년 4월 27일 국회 시국대책특위에서 ‘부정선거 책임 의원 사임 권고 결의안’을 의결한 적은 있으나 국회의원직에만 해당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라고 권고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불명예의 주인공은 수십년 동안 대한민국 체육계를 이끌어 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면서 그 자신도 특위 위원이었던 민주당 김운용(金雲龍) 의원.

특위는 표결을 통해 김 부위원장이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과정에서 국익(강원 평창 유치)보다 사익(부위원장 당선)을 우선했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이 논쟁은 검찰에서의 제2라운드를 남겨 두고 있다. 김 부위원장이 ‘김운용 방해론’을 처음 제기한 한나라당 김용학(金龍學) 의원과 평창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국회 특위의 결정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 검찰의 판단을 구한 이상 정확한 시시비비는 이제 검찰의 몫이다. 더 이상 “국회 특위가 유치특위냐, 조사특위냐”며 반발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사실 국회 특위가 표결 끝에 결의안을 채택하긴 했지만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정당별로도 갈렸고, 의원 개인별로도 그랬다. 그런 터에 김 부위원장의 고소 고발로 국민은 관련자들이 검찰에 줄줄이 출두해 ‘누가 잘못했느냐’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다시 보게 됐다. 자칫 지난 한 달 동안 벌어진 지루한 공방이 재연될 수도 있다.

이번 일로 특정 지역간의 대결과 갈등이 더 심화되는 건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당은 ‘결의안 반대’가 당론이었지만 지역구가 강원도인 이용삼(李龍三) 의원은 투표에서 기권했고, 이창복(李昌馥) 의원은 아예 불참했다.

또 ‘김운용 파문’ 때문인지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권을 둘러싸고 평창군과 전북 무주군이 벌써부터 정면대결 조짐을 보이는 것도 우려스럽다.

사정이야 어찌됐건 이제 ‘김운용 방해설’의 진위에 대한 판단은 일단 검찰에 맡겨야 한다. 김 부위원장과 특위 위원들은 이제 정치권이 증폭시킨 갈등과 대결을 수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파문을 그나마 순리적으로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이종훈 정치부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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