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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7월 18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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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김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김씨의 언동으로 인해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았던 점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김씨의 말 한마디에 나라가 출렁이고 정치권이 무차별 폭로의 악순환에 빠졌던 지난해 당시의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김씨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얘기다.
김씨의 폭로로 시작된 소위 병풍(兵風)파문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증을 심화시키고 대통령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김씨가 무차별 폭로를 계속할 때 정치권이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김씨의 발언을 두둔하거나 반박했던 것도 현실이었기 때문에 김씨의 유죄 선고는 개인의 책임을 뛰어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법원은 이날 2001년 검찰의 병무비리 수사 당시 김씨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혐의, 전태준(全泰俊) 전 의무사령관에 대한 명예훼손 등 김씨의 개인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그렇지만 김씨를 둘러싼 의혹은 지금도 모두 해명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해 민주당에 의해 ‘의인’으로 떠받들어졌으며 ‘병풍쟁점화 요청’ 발언도 민주당 내부에서 나왔다. 또 ‘병풍’ 수사의 방법을 제시한 ‘김대업 면담보고서’까지 발견됐다. 이 문건은 실제 ‘병풍’ 수사 진행 과정과 상당 부분 맞아떨어져 ‘청부 수사’ 의혹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검찰은 최근 뒤늦게 김씨의 수사관 사칭 행위를 묵인한 전 서울지검 검사를 검사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김씨의 무책임한 폭로 못지않게 김씨의 비호 세력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법원은 이 전 총재의 아들 두 명이 비리에 의해 병역을 면제받았는지 여부 등 병풍 본질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 대상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갖고 폭로를 일삼은 김씨의 행위’에 국한됐으며 김씨의 유죄 선고로 병풍의 모든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결국 이날 김씨에 대한 선고는 선거 때만 되면 근거도 없이 상대방을 흠집 내는 ‘막가파식’ 폭로 행위에 대한 처벌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무책임한 정치적 폭로는 시간이 가면 반드시 실체가 드러나게 되어 있으며 법에 의해 응징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정위용 사회1부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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