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동양 “연패는 없다” TG “2연승 간다”

  • 입력 2003년 4월 4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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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003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동양 김진 감독(42)과 TG 전창진 감독(40)은 겉모습부터 다르다. 김 감독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곱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로 섬세한 캐릭터를 지녔다. 반면 0.1t이 넘는 육중한 체구를 지닌 전 감독은 적당히 나온 아랫배에 둥글둥글한 얼굴로 동네 아저씨 같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휴대전화 컬러링도 김 감독은 감미로운 팝송을, 전 감독은 신나는 록음악을 사용하고 있다.

외모와 취향부터가 대조적인 이들 감독은 팀을 이끄는 스타일도 판이하다. 김 감독이 여성스러운 꼼꼼한 용병술을 펼친다면 전 감독은 선이 굵고 남성다운 배짱이 돋보인다.

3일 대구 1차전에서도 양쪽 사령탑의 이런 컬러가 그대로 나타났다. 김 감독은 컨디션 난조를 보인 김병철을 40분 동안 단 한차례도 벤치로 불러들이지 않으며 간판스타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보여줬다. 경기에 진 뒤에는 선수들을 나무라는 대신 오히려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2쿼터에서 힘이 떨어진 TG를 강력한 대인방어로 몰아붙이는 대신 소극적인 지역방어로 오히려 기를 살려준 것은 ‘장고 끝의 악수’일 수도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 감독은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허재가 체력이 떨어져 제대로 못 뛰자 경기 초반과 막판에 가차없이 김승기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기복이 심한 잭슨을 어르고 달랜 끝에 1차전 대활약을 이끌어냈다. 또 동양의 허점을 찌르는 다채로운 존디펜스를 구사하며 실점을 72점으로 묶어 승리의 발판으로 삼았다.

고려대 2년 선후배인 김 감독과 전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이처럼 다른 모습이었다. 대학 시절 은사인 대한농구협회 박한 전무는 “진이는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타입의 세심한 성격이다. 이와 달리 창진이는 공격적으로 모험을 즐겼다”고 회고한다.

지도자 경력으로 따지면 두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 90년대 초반 은퇴 후 상무를 거쳐 동양에 이르도록 10년 넘게 코칭스태프로 일해온 김 감독과 달리 전 감독은 프런트 출신. 코치로 나선 것은 98년부터다. 게다가 김 감독은 지난해 동양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농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까지 따낸 명장이 아닌가.

그런데도 첫 판에선 ‘명장’이 ‘초보 감독’에게 일격을 맞았다. 5일 대구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이들은 또 어떤 지략 싸움을 펼칠까. 김 감독은 “TG 잭슨을 막기 위한 다양한 수비 전술과 우리 외곽슛을 살리는 방법을 구상했다. 1차전 패배를 쓴 약으로 삼아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전 감독은 “첫 승으로 사기가 높아졌다. 떨어진 체력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동양 힉스의 공격은 어느 정도 허용하더라도 나머지 선수들의 득점을 막는 데 주력하면 승산은 충분하다”며 자신감에 차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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