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徐사장 사표수리가 우선이다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01분


노무현 대통령이 KBS 사장 인사문제를 좀 더 냉정하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일의 앞뒤를 착각한 듯한 발언이 이어지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또 다른 무리수를 부르지 않을까 우려를 낳기도 한다.

노 대통령은 엊그제 KBS 노조 및 시민단체와의 대화에서 “KBS 이사회가 새 사장을 제청하겠다는 뜻을 표명해 오면 서동구 사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일의 순서로 볼 때 KBS 이사회는 서 사장의 사표가 대통령에 의해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사장 선임을 논의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해 노조도 거부의 뜻을 밝혔지만 우선 사리에 맞지 않는 말임에 틀림없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자신이 서 사장을 추천하기는 했지만 서 사장을 반대하는 노조의 의견도 같이 참작해 달라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다며 이사회에 의해 이 같은 의견이 묵살됐다고 밝혔다. 서 사장을 임명 제청한 이사회의 결정이 대통령의 의도에 영향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이뤄졌으며 노조가 반대하는 사람을 뽑은 이사회에도 잘못이 있음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제의는 노 대통령이 자신의 인사 개입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그것이 ‘의사표시’든 ‘추천’이든 간에 노 대통령이 KBS 사장 인사에 개입했는지 안 했는지의 여부다. 청와대가 절대 그런 일 없다며 잡아떼던 대통령 개입설이 사실로 밝혀진 데 대해 많은 국민은 정부의 정직성과 관련, 충격과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이사회측에 개인적인 의사표시를 했을 뿐’이라거나 ‘낙하산 인사가 아니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일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인사는 잘못될 수 있고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는 것은 흠잡을 일이 아니다. 사태 해결을 위해 노 대통령은 원점으로 돌아가 일을 순리대로 풀어나가기 바란다. 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서 사장의 사표를 먼저 수리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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