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기환/서울을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 입력 2003년 4월 1일 18시 33분


필자는 지난 10년간 한국이 동북아의 경제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다. 그리고 최근 약 2년간은 한국이 이 같은 목적을 지향함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금융 중심지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을 해오고 있는 필자에게 아태지역 전체 채권시장의 육성을 목적으로 정부 당국자와 민간 전문가가 참석하는 국제회의가 3, 4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는 것은 무척 기쁜 소식이다. 그리고 그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토의될 내용도 매우 흥미 있는 것이다. 즉 주로 한국 일본 태국 등이 주도하여 지금까지 개발한 ‘채권의 증권화 및 신용보증시장 발전방안’이다.

이 방안의 핵심은 대략 이같이 요약된다. 지금까지 아태지역 내에 채권시장이 활발히 형성되지 않은 주 이유는 역내 국가의 중소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이 그 채권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말해 두 가지 제도적 보완을 하자는 것이다.

하나는 각국 중소기업 등이 발행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기존 국내 신용보증기관들로 하여금 이른바 자산담보부채권(ABS)을 발행하여 차입자가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신용등급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신용보증기관들이 채권에 대한 보증을 해줌으로써 낮은 신용평가를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정책이 정착된 다음에는 특히 증권화된 각국의 채무를 풀(pool)로 해서 그것을 기초로 2차 ABS를 달러, 엔 등 국제 태환성이 있는 통화표시로 발행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역내 국가들이 제각기 국채를 현물 출자해 역내 채권기금을 설립하고, 그 기금이 각국이 출자한 국채를 기본자산으로 ABS를 발행하며 그로부터 얻은 자금을 각국에 배당, 중소기업 육성 등에 쓰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제안이 채택될 경우 아태지역의 채권시장이 형성됨으로써 이 지역은 자본의 역외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기업의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와 같은 제안과 기대효과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위의 두 가지 제안을 실현하려면 정부가 특히 신용보증기관에 많은 보조를 할 수밖에 없다. 즉 이상의 두 가지 안은 장기적으로 상업성에 입각한 역내 채권시장의 발전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용보증기관 등에 정부의 보조가 들어가면 그에 따르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발생한다.

이번 회의에서 이 같은 여러 문제를 폭넓게 그리고 심도 있게 토의함으로써 아태지역 내의 금융시장 전체를 발전시키는 데 첫걸음을 내딛고, 나아가 이런 문제에 대한 국제적 토의를 한국이 계속 주도함으로써 우리가 하루빨리 이곳 동북아에서 으뜸가는 금융 중심지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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