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주장을 해오고 있는 필자에게 아태지역 전체 채권시장의 육성을 목적으로 정부 당국자와 민간 전문가가 참석하는 국제회의가 3, 4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는 것은 무척 기쁜 소식이다. 그리고 그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토의될 내용도 매우 흥미 있는 것이다. 즉 주로 한국 일본 태국 등이 주도하여 지금까지 개발한 ‘채권의 증권화 및 신용보증시장 발전방안’이다.
이 방안의 핵심은 대략 이같이 요약된다. 지금까지 아태지역 내에 채권시장이 활발히 형성되지 않은 주 이유는 역내 국가의 중소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이 그 채권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낮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말해 두 가지 제도적 보완을 하자는 것이다.
하나는 각국 중소기업 등이 발행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기존 국내 신용보증기관들로 하여금 이른바 자산담보부채권(ABS)을 발행하여 차입자가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신용등급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신용보증기관들이 채권에 대한 보증을 해줌으로써 낮은 신용평가를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정책이 정착된 다음에는 특히 증권화된 각국의 채무를 풀(pool)로 해서 그것을 기초로 2차 ABS를 달러, 엔 등 국제 태환성이 있는 통화표시로 발행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역내 국가들이 제각기 국채를 현물 출자해 역내 채권기금을 설립하고, 그 기금이 각국이 출자한 국채를 기본자산으로 ABS를 발행하며 그로부터 얻은 자금을 각국에 배당, 중소기업 육성 등에 쓰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제안이 채택될 경우 아태지역의 채권시장이 형성됨으로써 이 지역은 자본의 역외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기업의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와 같은 제안과 기대효과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위의 두 가지 제안을 실현하려면 정부가 특히 신용보증기관에 많은 보조를 할 수밖에 없다. 즉 이상의 두 가지 안은 장기적으로 상업성에 입각한 역내 채권시장의 발전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용보증기관 등에 정부의 보조가 들어가면 그에 따르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발생한다.
이번 회의에서 이 같은 여러 문제를 폭넓게 그리고 심도 있게 토의함으로써 아태지역 내의 금융시장 전체를 발전시키는 데 첫걸음을 내딛고, 나아가 이런 문제에 대한 국제적 토의를 한국이 계속 주도함으로써 우리가 하루빨리 이곳 동북아에서 으뜸가는 금융 중심지로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