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67…1933년 6월8일(12)

  • 입력 2003년 3월 14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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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 파파 큐큐 파파 버섯처럼 하얀 거품을 물고 있었던 여동생의 코와 입 눈을 부릅뜨고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았던 아버지의 얼굴 큐큐 파파 두 사람의 얼굴이 부풀어 큐큐 파파 한껏 부풀어 올라 이 눈에 비치는 현실이 낯설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고 큐큐 파파 더욱 커져 이 귀에 울리는 현실의 소리가 낯설다 쾅 쾅! 출렁 출렁 아이스 케-키! 아이스 케-키! 엿 사세요 엿이요! 시끄럽다! 제발 부탁이니까 좀 조용히 해라!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더 빨리 달리면 소리도 형태도 색도 흔들린다 부서진다 튄다 기억도 슬픔도 상실감도 큐큐 파파 흔들린다 부서진다 튄다 큐큐 파파 삶의 현실을 등뒤로 벗어 던지고 큐큐 파파 저편에 언뜻언뜻 보이는 삶의 개념만을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아무리 속도를 올려도 현실은 큐큐 파파 내 뒤에 들러붙어 큐큐 파파 어느새 빠른 길을 질러 내 앞을 달리고 있다 비겁한 자식!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이 현실과 연을 끊어버리고 싶은 때도 있다 큐큐 파파 지금도 지금도 그렇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어제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큐큐 파파 잠이 부족해서 아래 눈꺼풀이 파들파들 떨린다 자고 싶다 큐큐 파파 잠을 자지 않으면 엉망이 된다 내 몸 내 정신 큐큐 파파 하지만 눈을 감으면 어둠으로 두 사람이 큐큐 파파 두 사람의 등뒤에는 다른 주검도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고문에 죽은 의열단원 그 가족의 큐큐 파파 이가 뽑혀 나가고 코가 찢기고 후벼 파내진 눈 고막이 터진 얼굴 얼굴 얼굴 큐큐 파파 죽은 자들이 하나같이 손을 내밀고 친근하게 큐큐 파파 어서오너라 우철아 큐큐 파파 어릴 적에는 잠들기가 아까웠다 더 많이 깨어 있고 싶었다 더 많이 놀고 싶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부터는 큐큐 파파 드러눕든 모로 눕든 엎드려 눕든 아무튼 몸을 누이고 열도 채 세기 전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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