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양경민 “바짝마른 내손, 누가 손좀 봐주지…”

  • 입력 2003년 2월 10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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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 엑서스 양경민(31·사진)의 플레이를 눈 여겨 본 사람이라면 한 두번쯤 고개를 갸웃거린 적이 있을 것이다. 경기중 손에서 흐르는 땀을 유니폼에 닦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손을 땀에 젖은 유니폼에 몇 번씩 붙였다 떼었다 반복하는 것. 가끔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친 뒤 유니폼에 닦지 않고 그대로 주먹을 쥐기도 한다.

왜 손에 물을 묻힐까.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 건조증’ 때문이다.

양경민은 겨울이 되면 손바닥이 바짝 마른다. 그냥 마르는 정도가 아니라 손바닥과 손가락 피부가 벗겨져 나가는 바람에 공을 제대로 잡기가 힘들다. 경기 전 화장품을 듬뿍 바른 뒤 경기중에도 수시로 땀을 손에 묻히지만 경기가 끝날 때 쯤이면 손바닥과 손가락 피부는 갈라지기 일쑤.

양경민에게 손 건조증이 생긴 것은 3년 전부터. 겨울 건조주의보와 함께 시작되는 양경민의 손 건조증은 한달 반 가까이 계속됐고 이 때가 되면 ‘손맛’을 잃은 양경민의 슛 성공률도 뚝 떨어졌다. 장거리슈터에게 손의 이상은 치명적.

올 시즌도 손 건조증은 어김없이 양경민을 괴롭혔다. 2라운드 중반 증세가 나타나 지금도 손의 감각이 정상이 아니다. 그래도 그 동안은 올 시즌 경이적인 3점슛 성공률(48.5%)을 기록중인 데이비드 잭슨 덕에 ‘외곽 슈터’의 부담을 덜고 수비에만 치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4라운드 들어 잭슨이 부진에 빠지면서 양경민은 다시 공격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걱정과는 달리 양경민은 5라운드 들어 10일 현재 매 경기 20득점(올 시즌 평균 14.2점) 이상을 꾸준히 챙기며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무리하게 슛을 던지는 대신 완벽한 기회를 기다리다 보니 슛 적중률도 높아졌다.

양경민은 “최근 날씨가 풀리면서 증세가 많이 가라앉아 다행”이라며 “겨울만 되면 일기예보를 보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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