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000억원 조사’ 왜 머뭇거리나

  • 입력 2003년 1월 7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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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금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시일을 끌며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검찰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뒤에 수사를 개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감사원은 현대상선이 차일피일 자료 제출을 미루는데도 팔짱을 끼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금 의혹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제기됐지만 그 밖의 선거용 고소고발과는 달리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투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을 지원했다면 매우 중대한 문제다. 설사 대북지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후보 시절에 4000억원 문제에 대해 “대북지원이 아니더라도 현대 내부에서 매우 불합리하고 불법적으로 자금이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진상이 어느 쪽이든 그대로 덮을 수 없다는 의미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전화로 대출을 지시했다”고 말한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를 고소했던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고소를 취하해 검찰 수사를 중단시켰다. 그러나 4000억원 대출 의혹은 단순히 개인의 명예훼손 관련 고소 사건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

계좌추적을 해보면 거금이 흘러간 도랑을 당장 찾아낼 수 있을 텐데도 언제까지 자료 제출만 기다릴 것인지 궁금하다. 의혹이 불거진 이후 감사원 검찰 금융감독원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면 한마디로 조사 의지가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세력의 입김이 이들 기관의 조사의지를 꺾어놓은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감사원과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4000억원 대출의 진상을 소상하게 밝혀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한다. 노 당선자도 후보시절 말한 대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경위를 서둘러 규명하도록 다시 한번 분명하게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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