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정몽준 “사려깊지 못한 판단 송구”

  • 입력 2002년 12월 20일 18시 56분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사진) 대표가 진로를 숙고 중이다.

그는 자신의 막판 지지철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하자 후보단일화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거취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일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국민과의 약속인 단일화를 끝까지 못 지키고 선거 막바지까지 혼란을 끼친 점을 사과드린다. 사려 깊지 못한 판단에 대해 국민과 노 당선자에게 송구하다”는 요지의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앞으로 정치적 진로에 관해서는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뜻에 따르겠다”고만 말한 채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김행(金杏) 대변인은 일각에서 나도는 ‘정계은퇴설’에 대해 “본인 한 사람이 가볍게 그만두고 안하고 할 입장이 아니다. 충분히 국민과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판단 한번 잘못했다고 은퇴까지 할 것 있느냐”며 환골탈태를 통한 ‘새 출발’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공조파기 과정에서 드러난 오판과 독단 등 정 대표의 리더십에 회의를 품은 당직자들의 탈당사태가 이어지면서 당 해체와 함께 정계은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핵심측근인 박진원(朴進遠) 대선기획단장은 이날 본업인 변호사 업무에 복귀했고, 강신옥(姜信玉) 창당기획단장, 민창기(閔昌基) 홍보위원장, 이철(李哲) 조직위원장 등 창당 주역들 대부분이 이미 당을 떠났다.

일각에서는 노 당선자가 단일화 정신을 되살려 정 대표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으나, 노 당선자는 이날 회견에서 노-정 공조에 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선거 마지막까지 공조가 살아 있다고 했는데 이제까지 답이 없는 것을 보니 공조가 끝난 것 같다”고 말해 정 대표의 약속파기로 오히려 부담을 덜게 된 민주당측 기류를 반영했다.

안팎으로 고립된 정 대표는 지인들의 의견을 들은 뒤 새해 초쯤 거취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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