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이상민-황성인 “나만 잘하면 뭐해”

  • 입력 2002년 12월 6일 18시 05분


‘나 혼자 잘하면 뭐합니까.’

이상민(30·KCC 이지스)과 황성인(26·SK 나이츠). 나란히 소속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적이 있는 국내 최정상급 포인트가드다.

스타일도 비슷하다.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직접 골밑을 파고들거나 외곽에서 적중률 높은 슛으로 상대의 기를 단번에 꺾어버리는 적극적인 공격형이다.

이상민은 어시스트 부문에서 경기당 평균 7.33개로 1위, 황성인은 3위(6.72개). 득점에서도 이상민(14.17점)과 황성인(11.22점)은 국내선수 중 각각 10위와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리바운드도 국내선수만 놓고 보면 이상민이 3위(4.89개), 황성인은 10위(3.33개).

연세대 4년 선후배인 이들이 올 시즌 똑같이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소속 팀에서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팀은 연패를 거듭하며 좀처럼 하위권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1999∼2000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황성인은 초반 부진을 털고 최근 두 경기 연속 29득점을 챙기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두 경기 연속해서 3점슛도 6개나 성공시켰다. 그러나 팀은 2연패.

98∼99시즌 어시스트왕에 올랐던 이상민은 내심 올 시즌 개인 통산 두 번째 어시스트왕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팀이 바닥권을 헤매다 보니 리바운드와 득점에도 몸을 던져야할 처지다. 최근 세 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펼치며 올라운드 플레이어 역할을 해야 했던 것도 이 때문.

이상민과 황성인은 주위에서 ‘혼자만 경기한다’ ‘개인기록만 챙긴다’는 얘기를 할 때 가장 억울하다. 용병들이 상대팀 용병과의 싸움에서 리바운드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고 쉬운 패스마저 놓치거나 득점이 고르게 분산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여러 몫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황성인은 “2라운드를 마친 지금 동료들의 플레이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다행”이라며 “팀의 6강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슨 역할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민도 “개인 타이틀에 욕심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중요한 것은 개인 타이틀이 아닌 팀 성적”이라며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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