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11월에는 18일에 통계발표가 없었다. 예정보다 다소 늦은 지난달 29일 발표가 나왔다. 결과는 신용불량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10월말에는 사상 최대인 252만명에 이르렀다는 ‘충격적 내용’이었다. 한국의 경제활동인구를 2500만명으로 볼 때 10명 가운데 1명은 신용불량자라는 뜻이다.
통계를 발표한 은행연합회 신용관리팀장에게 왜 발표가 늦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금융권별 자료집계가 늦었다. 우리가 일 처리를 잘못한 탓”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연합회의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니 “재정경제부 실무진에서 통계를 3개월 단위로 발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불량자가 많다고 발표하면 전체적으로 사회불안심리가 조성되고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기사가 보도된 뒤 재경부는 “연합회에 압력을 행사한 적이 절대로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연합회 직원이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말했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부가 8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조흥은행 매각도 대통령선거 이후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에서 매각 연기를 발표했고 재경부는 “예정대로 추진하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매각 소위에서 연기를 결정하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조흥은행 매각은 정치일정과 무관하게 진행하겠다”는 당초 공언(公言)에서 후퇴한 모습이다.
경제정책에 정치논리가 개입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유착은 5년 전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기도 했다. 이를 없애겠다고 목청 높인 현 정권에서도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의혹 등에서 드러났듯 정경유착의 구태(舊態)는 여전히 이어졌다.
재경부가 최근 보여준 일련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특정후보를 편들기 위한 선거성 ‘정책 조정’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대선이 불과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김두영 경제부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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