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두영/재경부의 大選걱정

  • 입력 2002년 12월 1일 18시 45분


은행연합회는 올해 초부터 매월 18일에 신용불량자 통계를 발표해왔다.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11월에는 18일에 통계발표가 없었다. 예정보다 다소 늦은 지난달 29일 발표가 나왔다. 결과는 신용불량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10월말에는 사상 최대인 252만명에 이르렀다는 ‘충격적 내용’이었다. 한국의 경제활동인구를 2500만명으로 볼 때 10명 가운데 1명은 신용불량자라는 뜻이다.

통계를 발표한 은행연합회 신용관리팀장에게 왜 발표가 늦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금융권별 자료집계가 늦었다. 우리가 일 처리를 잘못한 탓”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연합회의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니 “재정경제부 실무진에서 통계를 3개월 단위로 발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불량자가 많다고 발표하면 전체적으로 사회불안심리가 조성되고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기사가 보도된 뒤 재경부는 “연합회에 압력을 행사한 적이 절대로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연합회 직원이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말했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부가 8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조흥은행 매각도 대통령선거 이후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에서 매각 연기를 발표했고 재경부는 “예정대로 추진하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매각 소위에서 연기를 결정하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조흥은행 매각은 정치일정과 무관하게 진행하겠다”는 당초 공언(公言)에서 후퇴한 모습이다.

경제정책에 정치논리가 개입될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유착은 5년 전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기도 했다. 이를 없애겠다고 목청 높인 현 정권에서도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의혹 등에서 드러났듯 정경유착의 구태(舊態)는 여전히 이어졌다.

재경부가 최근 보여준 일련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특정후보를 편들기 위한 선거성 ‘정책 조정’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대선이 불과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김두영 경제부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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