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1월 26일 17시 5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은 당초 내년 3월말까지 농업협상 ‘세부원칙(modality)’을 확정키로 했으나 예정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26일 농림부에 따르면 WTO 회원국들은 18∼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4차 농업위원회를 끝으로 세부원칙 수립을 위한 기술적 논의를 마무리했으나 가장 중요한 쟁점인 관세감축 방식에 대해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과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은 ‘스위스 공식’을 적용해 관세를 빨리, 그리고 대폭 낮추자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일본 노르웨이 모리셔스 등은 우루과이라운드(UR)방식에 따라 관세를 점진적으로 감축하자는 제안서를 공동으로 제출했다. 유럽연합(EU)은 UR방식을 지지했다.
미국이 제안한 스위스 공식은 5년 내에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25% 이하로 낮추자는 것. 호주 등 ‘케언스 그룹’은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관세상한을 125%로 하자는 좀더 완화된 방안을 내놓았지만 UR방식보다는 훨씬 급진적이다. UR방식은 일정비율만큼 평균관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민감한 품목은 관세를 덜 낮출 수 있다.한국은 UR협정에 따른 관세인하계획 이행이 마무리되는 2004년을 기준으로 관세율이 100%를 넘는 품목이 125개에 이르며 심지어 800%를 넘는 품목도 있다. 따라서 스위스 공식에 따라 관세를 급격히 낮추면 심한 타격을 입는다.한국 등은 제안서에서 “농업같이 민감한 분야에는 스위스공식이 적용된 사례가 없고 도하각료선언문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WTO 회원국들은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세부원칙 확정을 위한 회의를 잇달아 열 계획이지만 수출국 그룹과 수입국 그룹 가운데 어느 쪽이 양보할지는 불투명하다.이명수(李銘洙)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내년 3월까지 세부원칙이 합의되지 않으면 내년 9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서 도하 각료회의에 맞먹는 정치적 결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케언스 그룹: 호주와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한 농산물 수출국가 그룹. 농산물 주요수출국인 호주의 케언스라는 지명에서 비롯됐다.천광암기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