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배뇨장애 “정력 탓” 방치하면 콩팥 손상

  • 입력 2002년 11월 24일 17시 27분


원래 소변은 콩팥 요관 방광을 거쳐 요로로 배출된다. 보통 때에는 골반근육과 요도조임근이 요도를 누르고 있지만 방광이 소변으로 꽉 차서 뇌가 소변이 마렵다는 것을 느끼면 골반근육이 순간적으로 수축해서 방광을 짜고, 요도조임근이 이완되면서 소변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뇌의 미세한 이상으로 조금만 긴장해도 뇌에서 ‘인체의 하수도’에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이 고장나 소변을 볼 수 없는 남성이 적지 않다.

또 전립샘 비대증이 있으면 소변을 제대로 못보고 이 때문에 잔뇨감을 느끼며, 대신 화장실에 자주 드나든다.

▼날씨 추워지면 뇌 긴장▼

겨울이면 두 경우 모두 증세가 악화된다. 추워진 날씨가 스트레스로 작용해서 방광을 자극해 자주 소변을 보고싶어하는 데다 겨울에는 땀으로 배출되는 수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변을 볼 필요성이 많아진다.

겨울에는 또 요도조임근의 기능이 떨어져 수축된 뒤 풀리지 않는 경우도 많아 소변이 잘 안 나오고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요즘처럼 감기가 기승을 부리는 때에는 감기약에 들어있는 교감신경 흥분 성분이 방광을 수축하는 골반근육과 요도조임근의 작용을 방해해 증세를 악화시키곤 한다.

많은 환자가 이런 배뇨장애를 정력 탓이나 노화 때문이라고 여기고 치료를 하지 않지만 방치하면 방광결석, 요폐증 등이 생기며 콩팥이 손상된다.

▼전립샘 비대증 숨지기도▼

전립샘 비대증 환자의 1%는 이 때문에 숨지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낯가림증 때문에 소변을 못 보는 경우에는 병원에서 원인을 정확히 가려야 한다. ‘하수도’의 각종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 뜨거운 물에 배꼽 이하만 담그는 반신욕을 하거나 궁둥이 부분만 좌욕으로 데워줘도 증세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평소 항문을 오므렸다 풀어서 골반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도 증세 개선에 도움이 된다. 더러 전림샘 치료 때 먹는 약물을 복용해서 효과를 보기도 한다. 증세가 심한 경우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경요도 절제술’ 널리 보급▼

낯가림증으로 자가 진단한 경우의 상당 부분은 전립샘 비대증이 원인이다. 이 경우를 비롯해서 전립샘 비대증 환자는 증세가 가벼우면 약물요법으로 치료한다.

요도를 잘 열리게 하는 ‘α 차단제’나 남성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해서 전립샘이 커지는 것을 막는 ‘5-α 환원 효소 억제제’를 복용한다.

α 차단제를 복용하면 초기 환자의 60∼70%에게서 2, 3주 뒤부터 효과가 나타나지만 두통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있다. 5-α 환원 효소 억제제는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약을 끊으면 전립샘이 다시 커진다.

증세가 상당히 진행됐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요즘에는 요도에 내시경을 넣어 전기로 부은 부위를 잘라내는 ‘경요도 절제술’이 널리 보급돼 있다.

이 수술을 받으면 실핏줄이 터져 며칠 간 출혈이 있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곧 아물게 되고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립샘이 지나치게 크면 개복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 시 일부에게서 과다 출혈, 발기부전, 소변찔끔증(요실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좌욕-항문운동 병행을▼

최근에는 수술의 부작용을 줄인 여러 가지 시술법이 개발돼 보급되고 있다. 전립샘 비대증 환자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좌욕, 골반근육운동 등을 병행하면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

(도움말〓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주명수 교수,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 부산 박용상 비뇨기과 원장)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전립샘 이란▼

오줌보의 바로 아래에 요로를 둘러싸고 있는 장기로 부성기(副性器)라고도 불린다. 오줌보의 앞쪽에 있다고 해서 전립선(前立腺)이라고도 불렸지만 지난해 대한의사협회의 용어 개정작업 때 ‘선(腺)’이란 일본식 한자 용어를 쓰지 않기로 해서 새 이름을 얻었다. 꼭 밤톨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대한해부학회에서는 ‘밤톨샘’이라고 부른다. 전립샘은 사춘기가 되면서 남성 호르몬의 작용으로 조금씩 커지며 성인 것의 정상 무게는 20g 정도.전립샘은 정액의 일부를 생성하며 특히 밤나무 냄새가 나는 독특한 성분을 만들어낸다. 성관계 때 소변과 정액이 섞이지 않도록 하며 고환에서 분비됐다 정낭에 고여있는 정자가 이곳을 통해 요도로 사출(射出)된다. 전립샘은 방광의 세균 감염을 막는 기능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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