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로서는 일부 축구인들 주장이 모두 맞는지를 당장 알기 어렵다. 정치권이 실제 개입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이 빚어진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정 후보는 축구협회장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정 후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공명선거에 부담이 된다면 축구협회장직에서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왔다. 그런데 현재 논란의 핵심은 바로 정 후보의 축구협회장직 유지가 공명선거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150여명이나 되는 축구인들의 주장을 ‘특정 정당의 사주를 받은 정치적 의혹’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회장직에서 물러남으로써 논란을 종식시키는 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정 후보가 1993년 이후 축구협회장을 연임하면서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2002월드컵축구의 한일 공동 유치를 성사시킨 공은 인정할 만하다. 그 결과 우리는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하고 국민적 단합과 민족적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후보가 되어서도 ‘월드컵 프리미엄’을 누리려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대통령후보는 국가경영능력과 인품 성격 등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정 후보가 정치에 축구협회를 오용한다면 국민이 축구에 등을 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