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鄭후보, 축구협회장 사퇴해야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8시 17분


150여명의 축구인들이 정몽준(鄭夢準) 국민통합21 대통령후보의 대한축구협회장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이들 축구인은 “정 회장의 대선 출마로 협회가 축구단체인지 선거캠프인지 분간 못할 정도로 표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축구협회가 20일 브라질대표팀 초청경기를 강행하는 등 정 회장의 ‘프로모션’에만 정신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협회나 프로연맹이 회장의 사조직이 아닌 만큼 이젠 정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사퇴 서명을 주도한 몇몇 인사들이 한나라당과 관계가 있다며 정치권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우리로서는 일부 축구인들 주장이 모두 맞는지를 당장 알기 어렵다. 정치권이 실제 개입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이 빚어진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정 후보는 축구협회장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정 후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공명선거에 부담이 된다면 축구협회장직에서 언제든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왔다. 그런데 현재 논란의 핵심은 바로 정 후보의 축구협회장직 유지가 공명선거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150여명이나 되는 축구인들의 주장을 ‘특정 정당의 사주를 받은 정치적 의혹’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회장직에서 물러남으로써 논란을 종식시키는 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정 후보가 1993년 이후 축구협회장을 연임하면서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2002월드컵축구의 한일 공동 유치를 성사시킨 공은 인정할 만하다. 그 결과 우리는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하고 국민적 단합과 민족적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후보가 되어서도 ‘월드컵 프리미엄’을 누리려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대통령후보는 국가경영능력과 인품 성격 등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정 후보가 정치에 축구협회를 오용한다면 국민이 축구에 등을 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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