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람의 길 배움의 길´

  • 입력 2002년 11월 8일 18시 19분


◇사람의 길 배움의 길/조식 엮음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역주/479쪽 2만2000원 한길사

독서의 계절이다. 독서는 나를 건강하게 한다. 요즘 사람들은 온통 육체의 건강만을 이야기하고 다이어트 조깅 등산 헬스트레이닝에 여념이 없다. 갈수록 뻔뻔스럽고 염치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군상들의 사회가 돼 가고 있다. 이런 시절에 성현의 말과 글을 담은 책을 읽는 것은 정신의 건강과 자신을 성찰케 하는 ‘사람의 길이요 배움의 길’이다.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 사상가이자 대학자인 남명 조식(南冥 曺植·1501∼1572)이 평소에 독서하면서 ‘자신을 닦고 세상 사회를 맑게 하는(修己治人·수기치인)’ 성현의 말과 글을 뽑아 적어둔 것이다. 제자인 내암 정인홍(來庵 鄭仁弘)은 이 기록을 가지고 남명의 허락을 얻어 후배들과 함께 ‘근사록(近思錄·중국 송나라 주희와 여조겸이 편찬)’의 체재에 맞춰 분류하고 편집하여 1617년에 간행하고 서문을 썼다.

이 책은 송·원나라와 명나라 초기의 대표적 학자 60여명의 말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자(程子)와 주자(朱子)를 중심(900여 항목 가운데 650항목)으로 사서오경, 역사서, 제자백가 등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과 남명이 직접 그린 24개의 철학사상 관련 그림(圖)이 실려 있다.

16세기 초는 조광조 등의 왕도정치가 실패로 돌아가고 정치가 사화로 얼룩지면서 학문풍토가 사변적 이론탐구와 논변으로만 치우치던 시절이었다.

남명은 이렇게 왜곡된 학문풍토에 대해 ‘세상을 속이고 명망을 도둑질하는 것(欺世盜名·기세도명)’이라 비판했고 정인홍도 ‘학문의 근본을 잃어버린 자들이 많다’고 했다.

남명은 정자와 주자의 넓고 깊은 학문이 이미 책으로 집대성되어 나와 있다며, 굳이 따로 이론탐구와 저술을 하기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하면 독실하게 수양 실천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었다. 그는 백성을 도외시한 정치현실에 대해 민본(民本) 정치사상을 다시 일깨우고 모순된 당시의 현실을 과감히 고발하는 개혁사상으로 상소를 했고, 이는 훗날 실학사상으로 연결됐다. 또한 조선조 500년 최고의 교육자란 훗날의 평가에 걸맞게 그의 문하에서 대학자, 정치가를 비롯해 임진왜란 때 의병장을 57명이나 배출했다.

학문에 뜻을 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진리의 본체 및 학문의 요체와 그 목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인들과 정치인들을 위한 잠언 같은 말들도 곳곳에서 독자를 기다린다.

“부자가 자식을 교육할 때는 도리를 중히 여기도록 해야 하고, 가난한 사람이 자식을 교육할 때는 마땅히 절개를 지키게 해야 한다.”(‘집안을 다스림’편)

“무릇 임금은 배와 같고 서민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다스리는 도’편)

권인호 대진대 교수·동양철학 oheon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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