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석]"누가 그를 코끼리라고 했나?"

  • 입력 2002년 11월 7일 15시 29분


70년대 국가대표 부동의 4번 타자, 실업야구 시절 홈런왕 타이틀 2회 획득,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9회 우승 기록, 2000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획득.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언뜻 보면 누군지 알 수 없겠지만 야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김응룡 감독.

지난 6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김감독의 용병술은 그가 왜 프로야구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 받는지에 대한 답을 보여주었다.

3차전이 열리기 전 삼성은 선발 투수로 왼손 전병호를 예고했다. 이것은 대부분 전문가들이 배영수나 강영식을 예상한 것을 완전히 뒤집은 한 마디로 깜짝 선발 예고였던 것.

그러자 전문가들은 저마다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전병호 선발은 바람잡이로 상대 타선에 혼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고 포스트 시즌 들어 전병호의 구위가 가장 좋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은 대다수의 의견이 바람잡이 쪽으로 기울어졌고 삼성 선발 전병호가 3회를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

그러나 전병호는 바라잡이라는 말에 오기가 생겼던 것인지 5회까지 날카로운 변화구로 LG타선을 3안타 무실점으로 묶으며 팀 승리에 절대적인 공헌을 해냈다.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김감독이 판단이 옳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구위로만 보면 전병호보다는 배영수나 강영식의 한수 위.

그렇다면 왜 김감독은 전병호를 선발로 내세웠을까?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2001년 한국시리즈 두산과의 경기에서 마운드에 섰던 배영수는 평소보다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자신의 공을 뿌리자 못했고 결국 난타를 당하며 강판. 그 이후로 배영수의 별명은 새 가슴이 되었다.

이 점을 염두에 둔 김감독은 지난해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구위가 좋은 배영수를 선발로 내세우지 않은 것.

전병호가 일찍 무너지면 그 때 구원으로 올려도 된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김감독의 별명은 코끼리 보다는 여우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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